지난 2일 에말 아흐마디가 8월 29일 아프간 카불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자신의 가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10명이 숨졌으며 이 중 7명은 어린이였다. (출처: 뉴시스)
지난 2일 에말 아흐마디가 8월 29일 아프간 카불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자신의 가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10명이 숨졌으며 이 중 7명은 어린이였다. (출처: 뉴시스)

카불 드론 공습에 민간인 10명 숨져

물통을 폭발물로 착각… 오도 공습

美 구호단체 직원·아들·친구들 살해

 

미군 민간인 살해 지금껏 수만명

시리아·이라크·리비아 등 종종 발생

언론·대중 관심에 이번엔 공개 사과

“이번 사건이 미국에 경종 울려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테러리스트들이 카불 공항에서 100명 이상의 아프가니스탄인들과 미군 13명을 살해한 지 며칠 후 미군은 또 다른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MQ-9 리퍼 드론은 카불 도시 상공에 배치돼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서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달렸다.

한 세단이 다음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정보에 기초해 드론은 카불의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마을에서 흰색 도요타 코롤라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드론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미군은 카불 주변에서 여러 차례 정차하는 동안 이 차량을 지켜봤고 여러명의 남성들이 큰 다발로 무언가를 포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미군은 이를 폭발물이라고 판단했다.

8월 29일. 몇 시간의 관찰 후 미군 지휘관들은 아프간에서 미군의 철수 마지막 단계를 끝내는 가운데 미군들을 죽일 준비를 하고 있는 자살폭탄테러범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느꼈다. 한 군 장교가 목표물을 없애기 위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드론 조종사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그 미사일은 차를 격파했고 위협은 사라졌다고 군 당국은 생각했다.

2주간의 후속 증거 검토 후 미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이 어린이 7명을 포함한 10명의 민간인을 사망케 한 비극적인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미군이 테러차량으로 오인해 폭격한 민간인 차량. (출처: 뉴시스)
미군이 테러차량으로 오인해 폭격한 민간인 차량. (출처: 뉴시스)

◆軍 주둔 없이 외곽서 공격하는 ‘초지평선 접근’ 비난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지 않은 채 감행한 이번 대테러 계획은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성급한 아프간 철수와 더해 즉각적인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외곽에서도 테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소위 ‘초지평선 공격’ 전략의 성공 사례로 이 드론 공격을 들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드론 오인 공격에 대한 입장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이날 타임지는 ‘초지평선 공격’ 접근법 하에서는 아프간 테러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주로 지상에서 미군이 협력하기보다는 드론에 포착된 공중 감시, 통신 대화, 사진으로부터 얻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증명하듯이 어떤 기술도 목표물을 노련한 눈으로 관찰하는 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군 당국은 IS-K 대원이라고 판단해 겨냥했던 사람이 실제로는 IS-K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미국 구호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의 협력자인 제마리 아흐마디(37)라는 남성이었음을 밝혔다. 또한 테러리스트들의 인가라고 생각했던 곳은 아이들이 가득했던 집이었으며, 폭발물이라 믿었던 것은 물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아흐마디는 미국으로 갈 수 있는 비자를 받으려는 가장이었다. 그는 혼자 차에 타고 집 앞에 차를 세운 채 경적을 울렸다. 그의 11살짜리 아들은 곧 뛰쳐나와 차에 탔고, 아흐마디는 아들을 차에 태워 진입로까지 운전을 하게끔 했다. 마을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이를 구경하러 차 근처로 왔는데, 이 순간 일명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헬파이어 미사일이 차를 겨냥해 날아갔다. 차에 있던 부자와 이를 구경하러 온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 미군 철군 작전을 지휘했던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번 공격은 비극적인 실수였다”며 사과하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 언론·사진 증거에 등 떠밀려 공개 사과

미군이 어떻게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하게 됐을까. 이번 사건에서는 언론의 힘이 컸다.

미군은 보통 민간인 희생자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으며 만약 밝혀진다 해도 그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 여러 달 동안 보관된다.

실제 군 당국은 공습 후 나온 유가족의 증언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대중에 발표했다.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당시 공격 이틀 후 기자들에게 이번 공격이 ‘정의로운 공습’이었다며 최소한 한 명의 사망자는 IS-K의 조력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군의 공습 이후 며칠 동안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거대 매체들이 현장의 유가족 등의 증언을 통해 미 국방부의 초기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를 냈으며 이는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비영리 단체인 에어워스의 크리스 우즈 국장은 “미군이 즉각적이고 설득력 있는 증거에도 ‘정의로운 공격’이라고 고집하는 초기의 행위는 왜 미군 지휘부가 영향을 받은 지역 사회의 비극에 대한 보고를 그렇게 일상적으로 무시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미국 거대 언론사의 수사력이 작용했을 때만 민간인들을 책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인 렉스 본은 이날 트위터에 “국방부가 결국 이를 인정했다”며 “나는 그 (공습 현장) 광경을 찍은 마커스 얌(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자)와 같은 사람들의 저널리즘이 우리 국방부에 많은 민간인들을 죽인 이 무의미한 비극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애덤 쉬프 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은 더 많은 설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유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공격에 이르기까지 시간, 분 단위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월 30일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이 워싱턴 국방부 온라인 브리핑에서 전날의 드론 공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8월 30일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이 워싱턴 국방부 온라인 브리핑에서 전날의 드론 공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무고한 시민 2만 9천명 미군에 살해”

매켄지 사령관은 이번 오인 공습에 대해 위협이 긴급한 만큼 엄청난 시간적 압박을 받았다는 해명을 내놓았는데, 타임지는 미군이 지금처럼 긴박하지 않을 때에도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공습을 해 왔음을 지적했다.

주로 중앙정보국(CIA)과 미군의 비밀 합동 특수작전사령부가 수행하는 테러리스트 살해 드론 프로그램은 민간인들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혐의를 오랫동안 받아왔다.

미군의 무인기 공격을 추적해온 탐사보도 매체 탐사보도국(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에 따르면 2004년 1월 이후 아프간에서 300~909명의 민간인이 미군의 이 같은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는 별개로 국방부는 2014년 IS에 대한 작전이 시작된 이후 미국의 공습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에서 140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에어워스는 이 수치를 훨씬 더 높게 보고 있는데, 약 2만 9천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또한 다른 인권 단체들은 미군이 이번 사건의 민간인 희생에 대한 책임만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문서화됐고, 거대 언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체들에 따르면 드론 공격은 이라크, 시리아, 예멘, 파키스탄, 리비아, 소말리아의 사진기자가 없는 먼 시골 지역에서도 종종 행해진다.

ACLU 국가 안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히나 샴시는 타임지에 “이번 비극이 아프간 전쟁 중 그렇게 많은 비극과 다른 점은 대중의 관심 때문에 미군이 나와 조사와 사과를 하도록 강요받았고, 보상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껏 미국 당국은 알려지지 않은 민간인 살해에 대해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공격이 경종을 울려 변곡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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