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난가르하르주에서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상대로 한 공습 현장. 미 당국은 IS의 아프간 지부인 IS-K의 주요 타깃 2명을 드론 공격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200여명에 달하는 아프간인과 미군 13명이 사망한 카불 공항의 자살폭탄테러 이후 하루 만에 감행됐다. (출처: 뉴시스)
2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난가르하르주에서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상대로 한 공습 현장. 미 당국은 IS의 아프간 지부인 IS-K의 주요 타깃 2명을 드론 공격으로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200여명에 달하는 아프간인과 미군 13명이 사망한 카불 공항의 자살폭탄테러 이후 하루 만에 감행됐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 국방부는 지난 달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한 보복성 드론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들이 처음 발표했던 것처럼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아닌 민간인들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오인 공습으로 테러 세력이 아닌 민간인 10명을 숨지게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미군 철군 작전을 지휘했던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29일 발생한 공격에서 민간인들만 희생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번 공격은 비극적인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미국 정부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당시 흰색 도요타 승용차를 약 8시간 동안 추적한 후 공격하기로 한 결정은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에 근거해 카불 공항에 있는 미군에 임박한 위협이 된다는 믿음에서 내려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 차가 트렁크에 폭발물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격 이후 며칠 동안 국방부 관리들은 어린이 7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살해됐음에도 작전이 제대로 수행됐다고 주장해왔다. 언론들이 나중에 이 사건의 설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목표 차량의 운전자는 미국 인도주의 단체의 오랜 직원이었고 그 차량에 폭발물이 들어있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시인했다.

이번 공습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군,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면서 아프간에서 대피 작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대피 행렬 속 IS으로 추정되는 테러리스트가 카불 공항 근처에서 자살폭탄테러를 벌였고, 이에 200명에 달하는 아프간인들과 미군이 사망했다. 미국의 공습은 이에 대한 보복이었다.

매켄지 사령관은 “어린이 7명을 포함한 10명의 민간인들이 비극적으로 죽음을 당했다고 확신한다”며 또 이슬람국가의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언급하며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IS-K와 관련이 있거나 미군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희생자 가족들의 진술, AP통신이 검토한 문서들에 따르면 당시의 상황은 이렇다.

미국을 위해 일했던 제메라이 아흐마디(37)는 미국으로 갈 수 있는 비자를 받으려는 가장이었다. 그는 혼자 차에 타고 짚 앞에 차를 세운 채 경적을 울렸다. 그의 11살짜리 아들은 곧 뛰쳐나와 차에 탔고, 아흐마디는 아들을 차에 태워 진입로까지 운전을 하게끔 했다. 마을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이를 구경하러 차 근처로 왔는데, 이 순간 일명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헬파이어 미사일이 차를 겨냥해 날아갔다. 차에 있던 부자와 이를 구경하러 온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서면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두고 ‘끔찍한 실수’였다며 사과를 표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이제 그 차량 운전자와 IS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그날 그 운전자의 행동은 완전히 무해하고 우리가 직면했다고 믿었던 긴급한 위협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당시 공격 이틀 후 기자들에게 이번 공격이 ‘정의로운’ 공습이었다며 최소한 한 명의 사망자는 IS-K의 조력자라고 밝힌 바 있다.

밀리 의장은 이날 매켄지 사령관의 발표 후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것은 끔찍한 전쟁의 비극이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완전히 투명해지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 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군이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좋은 첫 단계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캐스트너 국제앰네스티 고문은 “미국은 이제 이 사건에 대해 완전하고 투명하며 공정한 조사를 약속해야 한다”며 “형사 책임이 의심되는 사람은 공정한 재판에서 기소해야 한다. 유가족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 알려주고 배상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애덤 쉬프 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은 더 많은 설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유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공격에 이르기까지 시간, 분 단위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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