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르방디에 동굴서 발굴된 가죽 다듬는데 사용된 뼈 도구. (Jacopo Niccolo Cerasoni 제공, 연합뉴스)
콩트르방디에 동굴서 발굴된 가죽 다듬는데 사용된 뼈 도구. (Jacopo Niccolo Cerasoni 제공, 연합뉴스)

선사 인류가 약 12만 년 전 동물 가죽을 다듬어 옷으로 만드는 데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뼈로 된 도구가 발굴됐다.

이는 선사 인류의 옷 이용을 나타내는 가장 오래된 증거로 제시됐다.

옷의 등장은 인류 역사에서 문화적, 인지적 발달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기온이 더 낮은 새로운 환경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옷의 소재가 된 동물 가죽이나 유기물이 썩어 사라지고 고고학적 증거가 남아있지 않다보니 언제 시작됐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인류기원연구소의 고고학자 커티스 마린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모로코 대서양 연안의 '콩트르방디에'(Contrebandiers) 동굴에서 발굴된 뼈와 이빨로 된 도구들을 를 분석해 옷의 기원에 대한 증거를 약 12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 역사과학 연구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 동굴에서 발굴된 1만2천여개의 뼛조각 중에서 도구로 쓰인 형태를 가진 60점을 추려냈다.

처음에는 단순한 뼛조각으로 보고 어떤 동물을 사냥해 먹었는지를 연구하다가 동물 가죽을 잘라내고 모피로 무두질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 일정한 형태로 다듬은 도구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와함께 사막여우나 황금자칼, 살쾡이 등 육식동물 뼈에서도 고기를 잘라내려는 것보다는 가죽을 벗겨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절단 흔적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뼈 도구의 형태와 뼈에 남은 흔적을 다른 유적에서 발굴된 것과 비교해 가죽을 다룰 때 나타나는 형태 및 흔적과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 제1저자인 에밀리 핼릿 박사는 "육식동물의 가죽을 벗겨낸 흔적과 동물 가죽을 처리하는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도구의 조합은 옷 이용을 나타내는 가장 오래된 증거 대용물을 제시해 주고 있다"면서 "이 동굴에서 발굴된 도구의 수준을 고려할 때 아직 발굴되지 않은 더 큰 문화의 일부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고래나 돌고래 등의 이빨 끝 뾰족한 부분을 석기를 다듬는 연장(flaker)으로 쓴 흔적도 찾아냈다.

이 도구들이 약 12만~9만 년 전에 사용하던 것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양 포유류의 이빨이 이용된 가장 오래된 증거이자, 북아프리카에서 발굴된 홍적세의 유일한 해양 포유류 유해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콩트르방디에 동굴에서 발굴된 뼈로 된 도구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약 12만년 전에 뼈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고 가죽과 모피를 다듬는 것을 포함한 특정한 작업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입증했다"면서 "이런 다재다능함은 인류가 유라시아로 진출한 뒤에 나타난 특성이 아니라 뿌리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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