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하기 좋은 시점” VS “해빙무드 맞이한 것 아니다”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한반도를 강타한 폭우로 인해 북한도 수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연평도 피격 사태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이 발리에서 이뤄진 남북 비핵화 회담 등을 기점으로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2일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밀가루 300t(1억 8000만 원 상당)을 지원했다. 이번 지원은 지난달 26일 민화협이 밀가루 300t을 보낸 이후 일주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원은 ‘굿네이버스’와 ‘남북평화재단 함께나누는세상’의 성금으로 마련됐다.

민화협은 지난달 26일 1차분을 시작으로 8월 말까지 모두 밀가루 2500t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천주교 관계 단체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 100t의 밀가루를 북한에 보냈다.

한편 북한은 최근 황해도 지역에 내린 폭우로 여의도 면적의 42배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에서 홍수로 6만 정보(595㎢)의 농경지가 침수·매물·유실돼 올해 알곡생산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1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수해 지역에서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설사와 급성호흡기 감염이 25~40%가량 증가하고 식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열 수 있도록 시기적절하게 정부 차원의 수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민간단체의 지원과 관련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지만 남북 화해에 좋은 의미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남북 관계가 풀리는 시점을 맞이했다면 신뢰를 형성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남북이 발리에서 회담을 진행했다고 해서 해빙무드를 맞이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견해다.

단국대 정용석 명예교수는 “이미 DJ 정권에서 수천 달러어치를 줬는데도 남북 대화가 결렬됐다. 민간 지원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발리 회담으로 남북이 화해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보는 것은 ‘엉덩이를 보고 허벅지를 봤다’는 얘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해빙무드에 들어가려면 북한이 천안함·연평도·박왕자 씨 사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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