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에 대목장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에 대목장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광주 말바우·전남 화순·곡성

지자체 타지역 왕래 자제 부탁
전통시장, 곳곳에 명절 분위기
시민들 “차단만이 답은 아냐”
“가도 안가도 마음 불편해요”

[천지일보 광주·전남=이미애·김도은·김미정 기자] 추석을 한주 앞둔 가운데 광주·전남의 주요 전통시장 분위기는 활기가 넘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썰렁해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 출현, 돌파 감염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로 접어든 가운데 “획일적인 이동 제한 명령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는 조금도 수그러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기보다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역체계 등을 도입해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타지역 방문 등 가족 간 접촉사례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해서 늘어나자 민족 고유의 대명절인 올 추석에도 이동 제한을 권고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본지는 추석 전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과 전남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 곡성 전통시장 등을 둘러보고 상인과 시민의 반응을 살펴봤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을 찾은 한 어르신이 ‘제수용품’으로 사용할 굴비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을 찾은 한 어르신이 ‘제수용품’으로 사용할 굴비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말바우시장 발 디딜 틈 없이 ‘북적’

광주 말바우시장을 들어서자 발 디딜 틈 없이 제수용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말바우시장에서 수십 년간 전통방식으로 홍어를 판매하고 있는 상인은 “다른 전통시장보다 축복받은 시장”이라며 “이미 단골이 정해져 있고 오늘도 손님이 많이 와서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말바우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전수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날 만난 말바우시장 상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추석 명절 대목장을 보러 온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물건을 권하는 태도가 사뭇 진지해 보이기까지 했다. 상인들이 물건을 포장해 건네주는 표정과 손길도 남달랐다. 오가는 손길 속에 주고받는 언어에서도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이거 얼마에요”라며 연신 가격을 물어보기 바빠 보였고, 상인들은 “신선하고 맛있어요. 자주 오시니까 잘 아시죠? 코로나 조심하고 안전한 추석 명절 보내세요. 어머니”라고 하는 말들 속엔 친절함과 익숙함이 묻어났다.

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목소리는 다소 컸지만, 전라도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14년간 조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김기석(가명, 59, 두암동)씨는 “재난지원금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며 “오랫동안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다시 와 고맙다”고 말했다. 단골을 유지하는 비법을 물어보자 김씨는 “착한 가격에 맛도 최고”라고 웃어 보이며 밀려드는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13일 전남 화순 ‘고인돌전통시장’에 나온 사람들이 느린 걸음으로 푸짐하게 진열된 과일과 채소, 생선 등을 구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13일 전남 화순 ‘고인돌전통시장’에 나온 사람들이 느린 걸음으로 푸짐하게 진열된 과일과 채소, 생선 등을 구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도 ‘훈훈’

전남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도 생각보다 활기가 넘쳤다. 장터에 나온 사람들은 가까운 이웃인 듯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시장 골목길 음식점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잠시나마 삶의 고단함을 털어내듯 안전한 설 명절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누기도 해 도시 시장과는 또 다른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정서는 시골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래서인지 광주와 인접한 탓에 명절이 아닌 평일에도 장이 서는 날이면 많은 사람이 화순 고인돌 전통시장을 찾기로도 유명하다.

생선 가게를 운영하는 김미영(45, 화순읍)씨는 “집에서 일상 먹는 음식이라서 그런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아주 어려움은 없다”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 ‘썰렁’

그러나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모두 붐비지는 않았다. 전남 곡성군 전통시장은 명절 장이 열렸지만, 상인들 외에 사람 구경하기 어려웠다.

곡성에서 버섯을 재배해 팔고 있는 40대 상인은 “사람이 전혀 없다”며 “정말 곡소리 날 정도다. 귀농한 지 6년째인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명절 장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젠 다 옛 추억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텃밭에 가꾼 신토불이 웰빙 채소도 많았지만,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에서 채취한 능이와 싸리버섯, 깻잎, 노랗게 익은 호박, 신선함이 느껴지는 고추 등 작은 바구니에 담겨 팔리기만 기다릴 뿐이다.

40여년 간 고추 농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너무 힘들어 눈물만 나온다”며 “인건비도 밀려 고추도 조금 따고 밀어버렸다. 말린 거라도 팔아 인건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1근에 1만원도 안 된다”고 푸념했다.

장을 보러 온 한 군민(60, 여)은 “애들도 오지 않을 거라 명절 장은 마련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가 빨리 끝나야지. 2년 가까이 애들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천지일보 곡성=김도은 기자] 추석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난 13일 전남 곡성군 기차마을시장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 곡성=김도은 기자] 추석을 일주일 정도 앞둔 지난 13일 전남 곡성군 기차마을시장이 한산하다. ⓒ천지일보 2021.9.17

◆위드 코로나 시대 새 방역대책 요구

코로나19 수도권 비중이 15일에는 80%를 넘겼다. 이에 명절이 다가오면서 비수도권에서는 이동 자제를 연신 당부하고 있다.

전업주부인 전희영(45, 전남 담양)씨는 “가족회의를 통해 이번 명절에는 시댁과 친정에 가지 않기로 했지만, 어르신들끼리 썰렁한 명절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동 계획이 있다는 김혜연(가명, 40대, 목포)씨는 “시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온라인으로 차례를 지낸다고 해도 차례상을 차려야 하니 방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수도권에서 많은 집회가 있었는데 명절이라고 더욱 이동 자제를 권유한다는 게 국민을 옥죄는 것 같다”며 “1년에 한 번 명절에 그나마 어른들을 뵐 수 있는데 국민지원금 주면서 효도도 제대로 못 하게 하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고객들도 “현재 집단면역을 위해 백신 접종이 한창이고 ‘위드 코로나’가 언급되는 이때, 정부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하루라도 빨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만남 숫자 자제만 요구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 과일가게 주인이 손님이 산 ‘과일’을 봉지에 담아 양손을 받쳐 정성스럽게 건네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14일 광주 북구 말바우 전통시장 과일가게 주인이 손님이 산 ‘과일’을 봉지에 담아 양손을 받쳐 정성스럽게 건네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