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유엔(UN)총회의 결의에 의해 실시된 5.10 총선을 통해 수립됐다. 비록 남한 만의 단독 총선이었지만, 그 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를 유엔총회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함으로써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따라서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 출범의 사실상 산파역을 한 셈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50년 6월에 발발한 한국전쟁 시기에는 유엔군을 파병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사수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폐허가 된 대한민국 재건사업과 국제사회로부터의 대외 원조에도 유엔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오늘의 대한민국과 유엔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혈맹 그 이상의 것이라 할 수 있다.

9월 17일은 대한민국이 북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한 지 30주년 되는 날이다. 늦어도 너무 늦은 시기였던 1991년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대한민국은 비로소 유엔 회원국이 됨으로써 국제무대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외교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비록 유엔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한 것은 늦었지만 대한민국과 유엔의 관계, 특히 유엔을 무대로 펼친 외교활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 국군의 국제평화협력을 비롯해 대외원조 및 각종 유엔 산하기관에 진출한 대한민국의 외교역량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유엔 회원국이 된 지 4년 만에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했으며, 2001년에는 한승수 외교장관이 제56차 유엔총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2006년에는 반기문 외교장관이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는 영광도 누렸다. 아시아에서는 미얀마에 이어 두 번째 유엔 사무총장을 맡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엔 외교가 활짝 꽃피던 시기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제는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30년 성과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에 맞는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월 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국제사회에서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단순한 덕담이나 국내용 발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G10국가로 평가 받고 있다. 그에 합당한 글로벌 역할이 더 활발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K방역과 백신 허브국가로의 도약은 국제사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비전을 보여준 셈이다. 유엔이 품어준 대한민국이 이제 단순한 자긍심에 그치지 않고, 유엔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선도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펼친 유엔 외교 가운데 가장 아픈 대목인 남북관계 개선에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유엔 가입 30주년, 눈부신 발전과 기적을 이뤄냈지만 아직은 축배를 들 때는 분명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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