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입을 엄금해온 국가정보원장이 고발사주 논란 한복판에 섰다.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박지원 원장이 보도시기를 저울질했다는 식으로 발언해 개입설이 증폭됐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권에서 반복돼 온 국정원의 정치개입 고리를 끊었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또다시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으로 대선을 앞둔 정국이 어수선해지고 있다.

조씨는 “박 원장 개입설이 너무 황당한 주장이며 말꼬리 잡기식 억지”라고 해명했다. 박 원장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야당이 헛다리를 짚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은 줄지 않고 있다. 고발사주 제보자인 조씨는 지난 8월 10일 100여장의 ‘손준성 보냄’ 이미지 파일을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방에서 다운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박 원장을 만났다. 박 원장과의 만남을 전후로 조씨의 윤 전 총장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도 확인됐다. 여러 정황을 들어 야당은 조씨가 제보와 관련해 박 원장과 사전에 상의한 정황이 분명하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장이 ‘정치개입 엄금’이라는 국정원법을 어긴 것이 된다.

여기에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처리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안도 ‘국정원의 정치개입 엄금’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정보담당관의 기관 출입금지 조항을 삭제한 것인데, 이것이 사실상 국내정보수집의 문을 열어줬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국제정보담당관의 기관출입금지 조항은 2012년 국정원의 사이버 심리전 등 대선 개입 의혹이 일자, 이듬해 여야 합의로 만든 조항이다. 2017년 서훈 전 국정원장 추임 이후 기관 출입이 전면 폐지됐다.

윤석열 측은 조씨와 박 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말처럼 현재 나온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정치중립을 위해 박 원장이 거취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박 원장은 지난 7월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시도에 대응하겠다면서 “저와 국정원 전 직원은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놓고 8월에 정치인 조씨를 만난 것은 스스로 화를 자초한 셈이다. 과거 국정원장의 대선 정치개입은 국민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 공수처는 중립적 조사를 통해 ‘국정원장 정치개입’에 대한 진실을 조속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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