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강원 합동연설회(1차 슈퍼위크)에서 대선 예비 후보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제공: 이재명 캠프) ⓒ천지일보 2021.9.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강원 합동연설회(1차 슈퍼위크)에서 대선 예비 후보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제공: 이재명 캠프) ⓒ천지일보 2021.9.12

추석 이후 25·26일 호남 경선

대세 굳히려는 李, 추격하는 李

호남 전략적 선택에 관심 집중

추미애 약진, 경선 변수로 부상

정세균 사퇴, 지지층 이동 관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른바 대세론을 굳히려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역전을 노리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오는 25·26일 호남 경선에서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14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이 지사가 과반 압승을 이어왔다. 이 지사는 12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서 발표된 64만명이 포함된 국민·일반당원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51.09%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 전 대표는 31.45%로 2위를 기록했다. 1차 선거인단은 64만 1922명으로 전체 선거인단 200만명의 3분의 1이다.

이 지사는 함께 발표된 강원 지역 순회경선에서도 55.3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전·충남(54.81%)과 세종·충북(54.54%), 대구·경북(51.12%)에 이어 4연속 과반을 획득한 것이다. 이같이 4회 지역 경선과 ‘1차 슈퍼위크’를 합한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 51.41%, 이 전 대표 31.08%로, 양측 격차는 20.33%p이다.

이로 볼 때 이 지사 쪽은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이 전 대표는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30%를 넘는 득표율로 추격의 동력을 마련했다고 분석한다.

◆與 ‘텃밭’ 호남 표심에 촉각

앞으로 다음 승부처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으로 지목된다. 호남은 대의원·권리당원만 20만명에 이른다. 호남의 선택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지역의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 쪽은 본선 경쟁력이 있는 사람을 민다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를 통해 호남에서 대세론을 이어나가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바로 직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 우원식 선거대책위원장은 “1차 슈퍼위크까지 누적 득표율이 51.4%인데,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국민의 뜻을 살피라는 신호”라며 “남은 기간도 더 겸손하고 신중함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는 네거티브를 지양한다는 현 기조를 유지하고, 정책 대결을 통해 경쟁력을 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이날 호남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15~16일 광주를 방문한다. 추석 명절 연휴인 18~20일 호남에 머물면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선을 과반으로 유지하는 걸 대세론이라고 한다면, 지금 긴장감 있는 결과가 나온 건 맞다. 과반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미 발표한 공약을 세부적으로 다듬는 정책 대결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쪽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호남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전 대표의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데 대해서도 고무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 지사는 27.8%, 이 전 대표는 16.3%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전주보다 0.2%p 하락했으며, 이 전 대표는 전주보다 큰 폭(4.6%p↑)으로 상승했다.

이낙연 캠프는 오는 10월 1~3일 ‘2차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의 대세론을 저지하고 승부를 본선까지 끌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19일 무등산을 등반하고, 추석 명절 연휴에는 광주·전남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충청권 지지자에게 실망을 드렸다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후, 절박한 마음을 호소한 점이 지지자의 빠진 힘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며 “흠이 없는 후보가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고 중도까지 표심을 확대해서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을 이룰 수 있다는 걸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위’ 추미애 전 장관 상승세

이런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약진이 ‘변수’로 부상했다. 추 전 장관은 4회 지역 경선과 1차 슈퍼위크를 합한 누적 득표율이 11.35%로 3위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검찰개혁에 대한 일관된 목소리를 냈던 추 전 장관에게 강성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여권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반사이익을 얻고, 이 지사의 지지층 일부가 추 전 장관에게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 지사 쪽에선 긴장하는 분위기다. 추 전 장관이 호남에서도 10% 이상 득표를 기록할 경우, 이 지사의 과반이 깨질 수 있어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과반을 저지하려면 호남에서 이겨야 한다. 그간 호남 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40%, 이낙연 30% 정도”라며 “호남에선 이 전 대표에 대한 배려 투표가 이뤄지면서 40% 전후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의 경우 50%를 넘기는 선에서 과반을 유지하는 전략적 선택을 호남 지지층이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거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선 경선 중도 사퇴를 선언하면서 전체 판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 전 총리가 사퇴하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은 6파전에서 5파전으로 치러진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면서 “함께 뛰던 동료들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3

◆정세균 중도 사퇴로 ‘5파전’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 4.27%를 기록한 정 전 총리는 추 전 장관에게 추격당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나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다른 후보 지지 선언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 제가 드린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 전 총리의 지지층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사다. 그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던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경우,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다.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와 손을 잡는다면,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해도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자릿수 득표율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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