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 책을 소개하기 위해선 ‘강남 좌파’란 용어에 대한 개념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강남 좌파’는 보수 진영이 운동권 출신 486세대(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진보 인사들을 꼬집을 때 쓰던 용어다. 구체적으로는 ‘생각은 좌파적이지만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 못지않은 이들’로 정의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 같은 일반적인 인식론에서 벗어나 강남 좌파의 유형을 총 9가지로 분류해 총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이 책의 서두를 열기 전에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있다. ‘강남 좌파’로 불리는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돼 발생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세밀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미국의 ‘리무진 진보주의자’ 영국의 ‘샴페인 사회주의자’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 캐나다의 ‘구찌 사회주의자’ 호주의 ‘샤도네이 사회주의자’ 등이 우리로 치면 강남 좌파에 해당한다. 고급 승용차를 타는 등 상류층 생활을 영위하면도 사상은 진보적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들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강남 좌파 현상은 전혀 새롭다고 할 게 못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강남에 사는 좌파’라는 프리즘으로 이 현상을 한정적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결국 그 본질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엘리트’의 문제라는 답에 다다른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이 같은 말을 곁들인다.

“한국 정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볼 때엔 좌우의 싸움도 아니고, 진보-보수의 싸움도 아니다. 출세한 사람과 출세하지 못 한 사람들 사이의 싸움일 뿐이다. 강남 좌파에서 ‘좌파’는 부차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제한된 정치적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승자 독식 상황에서 이념과 노선은 국리민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쟁 세력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한 정략적 도구의 성격이 강해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강남 좌파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을 동시에 풀이하면서 강남 좌파의 문제는 ‘이념’보다도 ‘엘리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그는 문국현, 박근혜, 손학규, 유시민, 오세훈 등 정치인을 조명하며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정치 현상에 대한 시의적절한 진단을 내린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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