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이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한 이재명 후보가 “고향 떠난 가난한 소년이 여당 1위 (대선) 후보로 돌아왔다. … (지금까지 행적이) 한 점 부끄러움 없다”고 지지를 호소했고, 선두를 추격하는 이낙연 후보는 “도덕적으로 흠 없는 후보를 세워야한다”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간접적으로 ‘형수쌍욕’건을 건드렸다. 이재명 후보의 아킬레스건이 돼버린 ‘형수쌍욕건’은 그간 잠잠하더니만 이낙연 후보의 발설에, 또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가세함으로써 여론을 타고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홍준표 야당 경선 후보자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직격하고 있다. 이 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와 대선 지지도를 놓고 선두자리를 엎치락뒤치락하는 입장에 있지만 홍 후보는 아직 두 후보보다는 전체 지지도에서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홍 후보의 전략적 차원은 대선 본선에서 이 지사와 경쟁할 것으로 상정하고 이 지사에게 치열하게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 후보로 이재명 지사가 대선 본선에 오른다면, 홍 후보는 “본선에 들어가서 선거 시작 사흘 동안 이 지사가 한 쌍욕 틀면 그냥 선거 끝난다. 전 국민이 그걸 듣고 어떻게 이 지사를 뽑겠느냐”고 선제공격했다. 그러자 이재명 캠프에서는 홍 의원의 과거 ‘돼지 발정제’건을 끄집어내고 “성폭행 자백범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고 맞대응했던바, 이렇게 여야 대선 경선 주자들이 대선일 5개월 남짓 남겨놓고 ‘쌍욕하는 사람’과 ‘성폭행 자백범’ 프레임으로 난타전을 펴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두 후보자들이 하는 행태가 꼴사나워 보인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확산일로에 있고, 자영업자, 영세 서민들의 생활고가 겹치며 청년 실업 문제, 부동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데, 대선 경쟁자들은 국민들에게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치고받기에 바쁘다. 이들의 못난 행태가 사회여론의 지탄을 받을 만도 하다.

보다 못해 이쪽저쪽 ‘모두까기’로 정평나 있는 진중권 전 교수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대선 풍경’이라는 글이 관심을 끈다. 이 지사와 홍 의원 측의 ‘형수 쌍욕’ ‘돼지 발정제’ 공방을 나무라면서 “대한국민은 축복받은 국민이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이 지적의 의미를 곱씹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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