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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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주의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주어진 기간 동안 ‘전세살이’를 살다가 간다. 과도하게 권력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이다. 임기가 끝나면 고독한 개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걸 망각하고,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니, 문제를 계속 양산한다. 원론적으로 민주공화주의는 국민의 기본권, 즉 생명 자유 재산이 으뜸 요소이다.

그중 재산은 생명과 자유를 연장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민주공화주의 체제 하에서 사유재산은 많은 부분 절대권을 갖는다. 문재인 청와대는 국민의 사유재산 개념 자체가 명료하지 않다. 사유재산을 언제든 공공재로 바꾸고자 하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언론분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개인의 기본권 개념으로 보지 않고, 공공의 영역으로 본다. 실제 언론의 자유(the freedom of the press)는 전문직이 갖는 자유이고, 실제 언론 자유(the freedom of speech)는 일반 사람들이 갖는 기본권이다. 전자는 엄격한 윤리강령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공적인 자유가 아닌, 사적 자유로 취급하면 ‘징벌적’ 등 형법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청와대는 언론의 자유를 형법 적용 대상으로 자유로 끌고 가고 싶은 것이다.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가짜뉴스’의 명예훼손죄(libel)는 민법 적용이 대부분이다. 공직자는 원래 자연인일 뿐이다. 그만큼 민주공화주의 하에서 민법이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 정의된다. 갖가지 일들을 공공으로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소리이다.

헌법 제23조 ①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이 헌법 조항의 방점은 물론 ②항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하지만 ②항은 원론적 입장이 아니다.

절제가 잘 통제되는 박근혜 대통령 같은 정치인은 공직 삶이 개인적 삶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절제의 힘으로 공(公)과 사(私)를 뛰어넘을 수 있다.

또 한 부류는 관리 생활을 오래하면서 정치판에 들어온 정치인으로 이 부류는 공사가 분명하다. 다른 마지막 한 부류의 인사는 자기 관심, 즉 사적 관심을 공적인 것으로 둔갑시킨다. 경험적 사실 직시보다 이념과 코드 정치가 중에 이런 부류가 많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미국인의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세속적 사업이 삶의 핵심적 내용이고 자산의 삶을 장기적으로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통제하고 조직하는 것, 자본의 증식이 그 자체가 목적이고, 그래서 성공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소비 또는 향유하는 것은 죄악이다”라고 했다(전성우, 1996, 248쪽). 잘 훈련된 기업가는 자기 절제가 뛰어나다.

베버의 논리는 직업 또는 소명(Beruf)이라고 본 것이다. 여기에서 소명은 종교적 윤리에서 따온 것이다. 민주공화주의에 맞는 정치인은 종교인의 수준만큼 절제가 필요한 측면이 존재한다.

공사가 잘 구분되지 않는 군상들의 공통점은 권력만 가지면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김정은은 국민의 모든 생·탈권을 쥐고 있다. 그게 다 권력 유지용이다. 그런 유형의 인성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미국의 국가 프로젝트 뉴딜정책은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1929~1933),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1933~1945) 사이에 이뤄졌다. 바른사회TV에서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31대 후버 대통령은 “1929년 10월 24일 주가 폭락의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을 만나,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과 교역의 문제라고 스뭇-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을 만들고 외국기업에게 많은 관세를 부과했다”라고 했다. 절박한 이슈를 풀기 위해 시장을 코너로 몰고, 짐, 즉 국가가 주도하고 나선 것이다. 푸버 댐(Hoover Dam)을 건설하고, 그렇지 않아도 풀린 화폐를 찍어내 경기를 진작시키려고 했다.

국가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을 제정해, 친노동 정책을 폈다. 더욱이 풀릴 대로 풀린 연방준비제도에 압력을 가해, 후버는 더욱 통화량을 팽창시키고, 관세를 올렸다. 그 다음 루스벨트는 뉴딜(New Deal)을 더욱 강화시켰다. 세금 일자리가 늘어났다. 그런데 조동근 교수의 논조는 그때 경기가 호전된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가 ‘온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동맹국과의 무역이 재개됨으로써 시장이 넓어지고, 투자자들이 되돌아왔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국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기 직업을 소명(Beruf)으로 여긴 기업가라고 한다.

최근 한국성장금융의 ‘뉴딜펀드운용사업’에 대해 말이 많다. 박근혜 정부 때 사회정책으로 이스라엘의 창조경제 방식을 원용해 ①벤처펀드, ②R&D 투자, ③CEO 열정 등을 등장시켰다. 창조경제 육성사업은 최고의 전문영역 사업이다. 박 대통령은 2016년 2월 국내 사모펀드를 육성하기로 결정을 하고, 산업은행, 기업은행, 일반투자자 등이 참여하고, 민간인들이 힘을 모아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했다.

반면 문재인 청와대는 코로나19로 ‘정치방역’에 온 힘을 쏟다 작년 성장이 -0.9로 떨어지니, 이젠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주52시간을 팽개치고, 올 초부터 성장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뉴딜펀드를 5년 동안 매년 4조원씩 총 20조원으로 한국형 성장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이다. 과거 있는 것을 주어모아서 이름만 바꿨다. 남의 정책을 흉내 냈다. 청와대는 사적 탐욕을 공적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말썽이 났다. 청와대는 직책에 각 분야의 전문성 훈련을 받지 않은 인사를 임의적으로 임명한다.

청와대는 사회정책을 과도하게 국가 프로젝트로 둔갑시켜, ‘뉴딜펀드운용사업’을 시작한다. 김자현·김형민 동아일보 기자(09.04)의 “‘20조 펀드 본부장’ 신설위해 추가 조직 개 편… 한 달 뒤 靑 출신 내정”에서는 “한국성장금융에 따르면 이 회사는 7월 초 조직 개편 뒤 한 달 만인 8월 초 2차 조직 개편에서 ‘투자운용2본부’와 이 산하의 ‘뉴딜펀드운용실’만 신설했다… 본부장 자리가 생긴 지 한 달 만인 이달 1일 한국성장금융은 주주서한에서 ‘16일 주주총회에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신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는 누가 봐도 탐욕이 지나쳐 국민의 기본권 문화를 무시하고, 공사가 구분되지 않는 행동을 계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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