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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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선부론(先富論)이 기로에 섰다. 1978년 11기 3중전회 이래 줄기차게 외치고 달려온 중국식 사회주의 핵심 기치가 공부론(共富論)과 전쟁을 하게 된 것이다. 과연 선부론이 공부론으로 대체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적 관점과 더불어 능력 있으면 누구나 먼저 부자가 돼도 무방하다는 선부론은 중국 개혁 개방의 역사에서 서서히 퇴로를 찾아가고 있는 것일까.

중국식 사회주의는 국가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도·농 간 지역 간 계층 간의 격차를 43년간 더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상위 1%가 중국자산의 30.6%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서는 공산당을 마냥 두 손 놓고 서 있게 만들지 못한다. 지난해 말 기준이다.

20년 전 20.9%였다. 50% 이상 늘었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0.399 정도다. 중국은 제대로 발표하지 않는다. 0.599에서 0.704가 넘는다는 예측이 나온다. 개방 초기 1984년 0.227이다. 크레디스위스 보고서다. 0에서 1 사이에서 1에 가까우면 한나라의 소득 분배 불평등이 심화 되고 있다는 계수 아닌가.

얼마만큼 평등하고 불평등 하나를 보여준다. 선진국가 평균은 0.322다. 10억 달러 이상 가진 사람이 1000명이 넘는 최초의 국가가 중국이다. 리커치앙 총리는 중국 인구 중 6억명의 사람의 한 달 수입이 154달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도·농 간, 지역 간, 계층 간 사회 문화적 경제적 격차가 날로 심화 되고 있으니 중국 정부의 고민도 한둘이 아니다.

능력 있으면 먼저 부자가 되고, 연안 도시를 먼저 개발하고 발전된 도시를 최대한 늘려 선으로 연결시켜 궁극적으로 면으로 확대시키는 점·선·면 발전 전략이 한계를 맞아서 그런 걸까. 때마침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점으로 시진핑이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을 들고 나왔다. 지난 40여 년간 축적한 부를 나누겠다는 그럴싸한 표현이다. 좋게 말하면 국가가 적절하게 개입한다.

정책, 가격, 제도를 통해 그들만이 인정하는 시장에서 나눈다. 중국식 특유의 복지 정책을 통해 재차 나눈다. 개방 이후 급성장한 기업의 목을 틀어 세금과 기부형식으로 나누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분명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그 정도의 비용은 감수하고 공산당이 추구하는 이념적 방어선을 사수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을 방치할 경우 공산당의 장기집권과 시진핑의 3연임이 위태롭게 전개될 수 있다는 평가를 한듯하다. 본래 중국은 자유시장이 있었는가 하고 반문하기도 한다. 일련의 기업규제와 사교육 철폐 등 사회 평등 제고를 위한 규제는 대다수 인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중국 권력의 정당성을 공고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공산당만이 주창하는 노동자 천국에서 노동자 권리 확대와 자본의 수익 제한이라는 창당 이념에 복무하기 위한 출발이 아닌가. 중국식 자본주의는 글자 그대로 중국에만 존재하고 오직 중국 공산당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자본주의가 얘기하는 시장을 어떠한 일이 있어도 최대한 존중해야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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