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고대병원. ⓒ천지일보 2021.9.11
안산고대병원. ⓒ천지일보 2021.9.11

파업사태 해결 촉구 비대면 재단 투쟁 진행
환자 보호자 “국민 생명 담보로 이권 챙기는 것”

[천지일보 안산=김정자 기자]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산병원 등 3개 노조로 이뤄진 보건의료노조 고려대의료원지부가 지난 2일부터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고대의료원지부 간호사 등 1000여명의 조합원은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주차장에서 고대의료원의 현장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고 파업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비대면 재단 투쟁을 진행했다.

이들은 “건물과 시설에만 투자하지 말고 직원에게 투자하라”며 ▲인력 확충 ▲정당한 임금인상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노사문화, 조직문화, 인력 구조 개선 노사 TFT를 통한 현장문제 해결 ▲간호사 교대근무 개선을 위한 노사 TFT를 통한 현장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천지일보 2021.9.11
지난 2일  고려대의료원지부가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1

이에 수원에 거주하는 이정남(가명, 49세, 남)씨는 “충남에 사는 매형이 혈액암을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고대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그런데 파업으로 인해 3일 동안 입원이 안 돼 오가면서 콩팥 수치가 11까지 올라가(정상 수치 1) 투석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신장 조직 검사를 수술실에서 받아야 하는데 간호사가 없어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도 말했다”며 “현재 3급 의료기관인 고대병원에서 적절한 검사를 받지 못해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제대로 검사를 못 받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 말이 돼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법에 의해 파업하더라도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수술실 지원 인력까지 파업하고 있으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권을 챙기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역설했다.

안산 성포동에 사는 정모(60, 남)씨는 “고대병원에 진료하러 갔는데 노조가 파업해서 진료와 입원이 어렵기 때문에 타 병원으로 가라고 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안산을 대표하는 고대병원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환자를 담보로 파업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산지역에는 중증환자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행하는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은 고려대병원밖에 없다. 따라서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수술이나 입원이 연기되는 등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환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중증환자, 위암 환자, 기타 암 환자 등 항암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안산병원 부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병원 파업 철회를 호소했다. 그는 “지난 2일 정부와 보건의료노조의 합의로 산별 총파업이 철회됐음에도 우리 의료원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고 있어 많은 국민과 환자들의 걱정 또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3일부터 4일 저녁까지 8차례의 밤샘 철야 회의, 5일 저녁부터 9일 새벽 5시까지 노조와 타결하기 위해 마라톤협상을 이어왔다.

의료원 측은 사립대학병원 중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고, 임금만이 의제가 된다는 원칙까지도 양보하며 임금 외 전향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하계휴가비 지급, 법정 공휴일 근무하는 병동 및 특수부서 교대 근무자에게 대체휴일 보장과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의료원의 제안에 대해 일부만 받아들일 뿐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임금인상안을 계속해서 고수해 장시간의 협상도 결렬된 상황이다.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파업으로 의료 인력이 빠져나가 병동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며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운영하다 보니 평상시보다 진료 양도 줄었고 응급실 기능도 상실했으며 수술도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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