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2019년 1월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3

1심은 징역 10년 6월

조씨 “이성관계” 주장

법원 “증거 제출 못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수원=류지민 기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선수인 심석희 선수에게 3년간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2심에서 형량이 더 늘어난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다.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수원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0일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0년 6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조씨 3년에 걸쳐 강간과 추행 등 모두 27회에 걸친 성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오랫동안 가르친 피해자가 자신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믿고 의지해야 할 지도자로부터 범행을 당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씨가 1심과 달리 말을 바꿔 심 선수와 자신이 이성관계로 만났다고 주장한 데 대해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이성적 호감을 느끼고 성관계 접촉을 했을 뿐, 이 사건 범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번복했다”며 “그러나 번복 경위에 대해 조씨는 특별한 설명도 하지 못했다”고 문제 삼았다.

이어 “해당 주장에 대해 심 선수가 완강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주장은 피해자에게 소위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조씨 측이 제시한 문자메시지에 대해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더라도 피고인은 오랜 기간 피해자를 지도한 스승이었고, 상습상해죄에서 인정된바와 같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있다”며 “문자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비위를 맞추거나 의례적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심 선수에게 비정상적으로 관계를 강요한 것이지 이를 호감을 갖고 나눈 대화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심 선수의 훈련일지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쇼트트랙 대회 직후, 전지 훈련 직전 등 범행일시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진술했다”며 “피해자는 훈련일지나 문자메시지 내용 등 다른 객관적 자료를 종합해 진술을 구체화한 것으로, 앞의 진술을 새롭게 번복하거나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21일 조씨에게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피해자는 사건 장소인 피고인의 오피스텔, 한체대 빙상장 지도자 락커, 대회기간 중 피고인이 숙박한 호텔 등에 있던 가구 배치, 이불의 색깔 등에 대해서까지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 과정이 자연스럽고 허위가 개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심 선수가 기록한 훈련일지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해당 메모는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피해 당시의 심정을 자신만이 알 수 있게 적은 것으로, 조 전 코치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모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전 선수촌과 한국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심 선수를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혐의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치상) 등의 죄목이 적용돼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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