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 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충청권 경선에서 크게 뒤졌던 이 전 대표 측이 선거운동 전략을 바꾼다기에 그 내용이 궁금했던 터에 갑자기 전해진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는 그 의미가 결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어쩌면 정치인생을 건 승부수로도 볼 수 있으며, 호남권 경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 던지는 진정성 있는 호소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의원직 사퇴를 밝히면서 “모든 것을 던져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의지 그대로 모든 것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현 시점에서 내년의 당권이나 또는 전남 지사, 차차기 대선을 기획하는 것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원직 사퇴가 차기 또는 차차기를 노린 ‘꼼수’가 아니라 내년 대선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진정성 있는 승부수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효과가 경선 표심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호남지역의 표심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의원직 사퇴’라는 고심의 결단이 정치적으로 희화화 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국민의 대표라는 헌법적 가치가 한낱 반짝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이는 의원직을 내놓는 국회의원 본인은 물론 주권자인 국민 입장에서도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국회가 화답해야 한다. 의원직 사퇴 규정에 따라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만류한다고, 또는 금세 생각이 바뀌었다고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국회의원직은 명예가 아니라 냉소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리고 의원직을 던진 국회의원의 권위와 명예도 존중돼야 한다.

앞서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린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밝혔다. 그러나 그 이후의 결론은 없다. 의원실을 비웠다는 소식은 전해졌지만 국회 본회의는 아무런 화답이 없다. 그냥 이대로 흐지부지 된다면 윤 의원에게도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국회 본회의에서 안 되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눌러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다. 의원직 사퇴라는 고심의 결단이 자칫 ‘꼼수’로 비춰지거나 ‘냉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한다. 의원직을 던진 그 소신과 명예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국회가 의원직 사퇴 절차를 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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