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진행되던 대선 정국에 엄청난 돌발변수가 터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야권을 통해 범여권의 주요 인사들을 고발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내용이 워낙 중대할뿐더러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와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쉬 결론이 날 것 같지도 않다. 어쩌면 대선정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 선거는 미래 5년을, 더 나아가서는 수십년의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정치지도자를 뽑는 일이다. 그러므로 정당도 중요하고 인물도 중요하지만, 각 후보들이 내놓는 주요 정책은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꿈과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대통령 선거가 자칫 ‘고발 사주’ 의혹 논란에 묻힌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불행이요, 국가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소식들을 보면 실체 없는 주장과 억지, 궤변 심지어 뻔뻔한 거짓말과 기억 상실증의 무책임한 발언들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진실을 규명하자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오히려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가짜인지 국민은 분별하기도 어렵다. 그 사이 정치권 공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또 내편과 네편의 ‘편가르기 정치’를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실을 밝혀야 할 수사당국의 소극적 처신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중대한 사건을 앞에 놓고서도 조사, 감사 운운하거나 수사권 주체를 놓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은 상식 밖이다.

법무부와 대검 등 당국이 말하는 조사나 감사 얘기는 이미 강을 건넜다. 고발장 원문까지 공개됐으며 공익제보자의 발언까지 나온 마당에 더 이상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것인가. 당장 수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수사의 주체가 검찰과 공수처로 중첩돼 있다면 두 수사당국이 역할에 맞게 동시에 수사에 들어가면 될 일이다.

시간을 끌거나 좌고우면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자칫 핵심 증거가 인멸되거나 핵심 증인이 도피해 버린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도 주요 인사들의 휴대폰 등 핵심 증거는 수사당국이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매우 엄중한 사건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게다가 유력한 대선주자가 연루 돼 있다는 점에서 시간 끌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검찰과 공수처가 그 엄중함과 시급성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전격적인 수사체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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