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11시경 서울 양화대교 북단 등에서 차량행진을 시작해 9일 새벽 여의도로 진입하며 정부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11시경 서울 양화대교 북단 등에서 차량행진을 시작해 9일 새벽 여의도로 진입하며 정부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66조 넘는 빚을 떠안고 45만 3천개 매장 폐업”

“지푸라기라도 부여잡고 싶은 고통 속 시위 참여”

코로나19 방역 패러다임 바꾸는 등 대안책 요구

[천지일보=김빛이나·김누리 기자, 윤혜나 인턴기자] “이제 더 이상 대출 받을 데도 없습니다. 생업에 매달리지 못하고 잠 못드는 밤에 차를 끌고 나온 우리의 행위가 범법입니까? 그럼 헌법에 명시된 자유를 억압하며 지킬 수 없는 규제를 강요하는 정부의 행태는 합법입니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자영업자들이 차량을 몰고 또 다시 거리로 나섰다.

8일 오후 11시경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은 전국 단위의 심야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에서는 양화대교 북단 강변북로를 타고 서강대교 북단→마포대교 북단→원효대교 북단→한강대교 북단→동작대교 북단→반포대교 북단→한남대교까지 비상등을 켠 차량이 줄지어 이동했다. 이들은 한남대교를 건넌 뒤 올림픽대로를 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한남대교를 지날 때는 살려달라는 의미인 ‘SOS’를 모스부호식으로 일정한 박자에 맞춰 자동차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경찰, 올림픽대로 검문소 설치해 교통통제

차량이 이동하는 강변북로 곳곳에 경찰이 대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올림픽대로에 설치된 검문소에서는 형광조끼를 입고 야광봉을 든 경찰이 교통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한강대교, 한남대교 등 다리 곳곳에도 경찰들이 배치됐다.

자영업자들은 “우리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1년 6개월간 집합금지·집합제한 등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정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손실보상이라고는 GDP대비 OECD평균 16.3%에 훨씬 못 미치는 4.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고선 자영업자만 규제했다”며 “그 결과 우리 자영업자들은 지난 1년 6개월간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 3000개 매장은 폐업을 하고야 말았다”고 했다.

이들은 “오늘 전국 동시 차량시위에 차를 끌고 나온 이들은 경제적 사망에 이어 헤어나오지 못할 늪으로 계속 던져대는 정부의 행위를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국민들”이라며 “지푸라기라도 부여잡고 싶은 고통에 찬 이들”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차량 시위를 진행한 가운데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에 반발한 자영업자들이 8일 오후 차량 시위를 진행한 가운데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9

◆전국 최소 3000대 이상 참여한 듯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는 전국적으로 최소 3000대 이상의 차량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에서만 약 1500대가 시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자들 가운데는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응원 차원에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더 연장하는 등 단발성 조치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달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근본부터 다시 방역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방만한 태도로 방역체제 변환을 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과 백신 공급 차질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를 여전히 자영업종만이 떠안도록 강요되는 현실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위드 코로나 정책수립 전까지 현재 자영업종에만 적용하는 모든 행정규제를 당장 철폐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시설중심이 아닌 개인방역 중심의 위드 코로나 정책 수립에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오모(46, 남)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70%가량 줄었다. 식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빼고 나니 남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다”며 “너무 힘들어서 나왔는데 이렇게 평화로운 시위까지 막다니 정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준석·최재형·원희룡도 현장 찾아 “소상공인 피해, 정부가 책임져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여의도 현장을 찾아 각자 1인 시위에 나섰다.

이 대표는 “(현재) 방역수칙이 워낙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합리적으로 납득하고 자신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을 해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자영업자들은 손실을 입고 대출을 내고 버티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다”면서 “지난번 평화적 차량 시위로 항의에 나선 사람들을 조사하는 등 경찰은 믿기 어려운 대처를 하고 있다. 차량 시위 정도는 경찰에서 통제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사람을 죽이는 방역대책이 아닌 살리는 대책이어야 한다”며 “국가의 방역대책에 따른 죄밖에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확진자가 접촉자에게 전파한 3일 뒤에야 경로조사를 하고 있다. 영원히 쫒아갈 수 없다”며 “방역인력을 확대하고 스마트앱으로 추적기능을 갖추고 자영업자 영업을 풀어야 하는데 거꾸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코로나는 못 잡으면서 자영업자만 잡고 있다. 그게 바로 비과학적인 방역수칙”이라며 “자영업자들을 공포로 잡을 게 아니라 과학으로 코로나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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