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출처: 뉴시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남성으로만 구성된 아프가니스탄의 새 과도정부를 발표했다.

7일 BBC방송,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새 내각은 지난 20년 동안 미군에 대한 공격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 고위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유엔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이번 정부의 임시 총리로 아프간을 이끌 것이다. 내무부 장관은 FBI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며 지명수배하고 있는 시라주딘 하카니로, 탈레반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신임 외무장관은 탈레반의 마지막 집권 시절의 또 다른 유명한 인물인 아미르 칸 무타키가 임명됐다.

하산 아쿤드 신임 임시 총리가 1996~2001년 탈레반 집권 당시 외무부 차관을 지냈으며, 군사적 측면 보다는 종교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다. BBC는 그의 임명이 탈레반 내 온건파와 강경파의 싸움 후 절충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대부분을 장악하며 이전에 선출된 지도부를 축출했다.

탈레반은 경제 붕괴를 피하기 위해 국제적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번 내각 발표는 국제사회에 환영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특히 내각에 여성이 없다는 점과 탈레반을 구성하는 아프간의 파슈툰족을 지배적으로 내각에 배치하면서 다른 인종 집단으로부터의 대표성이 부족한 점도 해외 정부의 지지를 위태롭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오랜 탈레반의 대원인 우즈베키스탄계인 압둘 살람 하나피는 하산 아쿤드 임시 총리의 보좌관으로 임명됐으나 그가 소수 대표성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7일(현지시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아프가니스탄의 새 임시 내각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7일(현지시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아프가니스탄의 새 임시 내각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아프간 예산의 80%는 국제사회로부터 나오고 있어 최근 몇 달 동안 장기간에 걸친 경제 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카타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들은 거의 매일 인도주의적인 원조를 가져오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아프간은 고립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내각 발표를 하면서 이번 임명은 일시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얼마나 이 정부가 오래 가는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성명은 “우리의 이웃, 지역,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는 아프간의 토양이 다른 어떤 나라의 안보에도 불리하게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 외교관, 대사관, 영사관, 인도주의 단체들에게 아프간에 다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또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소수민족과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3페이지 분량의 성명서에는 ‘여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이날 새 정부 수반·각료 내정자 발표 직후 영어로 발표된 성명서에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과 충돌하지 않는 모든 국제법, 조약, 약속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번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그는 “앞으로 아프간 통치와 삶의 모든 문제는 샤리아 법에 의해 규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일부 각료들의 행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탈레반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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