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 ‘고려 미·색-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포스터(제공: 문화재청)
특별전 ‘고려 미·색-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포스터(제공: 문화재청)

한국-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고려 상감 청자, 금속 공예 8점

국내에서 보존·복원 처리 진행해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벨기에에 있던 우리 문화재 8점이 일반에 공개됐다. 비록 한 달 남짓 공개되지만 장식적 효과가 뛰어난 상감 기법으로 표현한 고려청자에 마음이 뺏기고 만다.

8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특별전 ‘고려 미·색-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는 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던 고려 시대 공예품 8점이 공개되고 있다. 이 특별전은 10월 17일까지 진행된다.

이 공예품들은 한국과 벨기에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 소재 문화재 보존·복원 지업 사업’으로 약 8개월 동안 보존처리를 맡았던 것들로 고려 시대 상감 청자 6점과 금속 공예 2점 등이다.

전시에 공개된 상감 청자 6점은 고려청자 장식 기법 중에서도 장식적 효과가 뛰어난 상감 기법으로 무늬를 표현했으며 제작 시기는 모두 고려 후기로 판단된다. 고려 시대에 널리 유행한 버드나무·갈대·연꽃 등과 새가 어우러진 물가 풍경 무늬, 구름과 학을 표현한 운학(雲鶴) 무늬, 포도 넝쿨과 어린아이(동자, 童子)가 함께 있는 포도 동자 무늬로 나눌 수 있다.

6점 중 14세기 전반으로 추정되는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발’을 제외한 나머지 5점은 1888년 조선에 파견된 최초의 주(駐) 조선 프랑스 공사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의 수집품이다. 이후 다른 소장처를 거쳐 1946~1947년 사이에 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변색된 부분, 깨진 조각들 사이에 틀어져 있던 부분을 제거하고 안전하게 다시 붙이는 것을 기본으로 청자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발’ 2점은 각각 과거에 일본식 금칠 수리기법으로 접합한 부분을 모두 제거·해체 후 유물에 손상 없이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는 성질의 접착제로 다시 붙였다. ‘청자 상감 물가 풍경 무늬 발’은 과거 20여 조각 이상으로 파손돼 석고로 붙여놨던 것을 해체 후 제거 가능한 재료를 이용해 다시 붙였다.

특별전 ‘고려 미·색-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 공개된 문화재 8점(제공: 문화재청)
특별전 ‘고려 미·색-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 공개된 문화재 8점(제공: 문화재청)

‘청자 상감 포도 동자 무늬 표주박 모양 주자’는 벨기에에서 과거 복원한손잡이와 물을 따르는 주구(注口)가 현재 남아 있는 고려청자 표주박 모양 주자들의 형태·각도·크기·무늬 등과 종합해 비교했을 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내외 청자 관련 자료를 3차원 이미지로 비교·분석해 주구와 꼬임 모양 손잡이로 다시 복원했으며 물이 들어가는 수구(水口)와 뚜껑도 새로 복원해 완전한 형태를 갖췄다.

‘청자 상감 물가 풍경 무늬 병’은 기존에 보존처리 된 병 입구 두 군데가 변색해 색만 지워내고 원래의 색감과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색을 맞췄다. ‘청자 상감 물가 풍경 무늬 표주박 모양 병’은 석고로 복원된 병 입구 일부의 변색부분을 제거하고 다시 형태를 복원해 색 맞춤했다.

‘금동 침통’과 ‘청동 정병’은 ‘국외 소재 문화재 보존·복원 지원 사업’ 중 금속 문화재로서는 처음으로 보존처리된 작품들이다. 금속 공예품의 보존처리는 원형을 보존하고 부식이 지속되는 것을 최대한 늦춰 안정화하는 것으로 기본 방향을 잡고 있다. 이에 2점 모두 표면 부식물을 제거하고 안정화와 강화처리를 했다.

‘금동 침통’은 연꽃과 넝쿨 등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작품으로 접합선의 은땜 재료가 부식되면서 생성된 검은 부식물을 제거했다. ‘청동 정병’은 물을 넣고 빼는 첨대(尖臺)의 꼭지 일부가 깨져 없어져 있어 복원 조각을 만들어 언제든 탈부착할 수 있도록 붙였다.

이번 전시를 진행하는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보존·복원 처리를 통해 온전한 미(美)와 색(色)을 되찾은 고려 시대 공예품 8점을 집중해 감상 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연출했다. 생생한 관람을 원한다면 박물관 웹사이트에서 사전예약을 하거나 현장접수를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발열 여부 점검 등 관람제한을 준수해야 한다.

또 박물관은 오는 17일부터 온라인으로도 전시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거기다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과 문화재청·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에서 전시유물 보존·복원 과정과 전시해설 인터뷰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전시와 연계해 유물의 소장기관인 벨기에 왕립예술역사 박물관 관계자와 학계의 역사·미술사 전문가, 이번 보존·복원에 참가한 국립문화재연구소 전문가 등이 참여한 온라인 국제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8일부터 진행되는 특별전 ‘고려 미·색-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서 공개된 '청자 상감 물가 풍경 무늬 표주박 모양 병'을 관람하고 있다.(제공: 문화재청)
관람객들이 8일부터 진행되는 특별전 ‘고려 미·색-벨기에 왕립예술역사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에서 공개된 '청자 상감 물가 풍경 무늬 표주박 모양 병'을 관람하고 있다.(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