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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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에게 고등학생들이 담배 셔틀(미성년자 대신 담배를 사 주는 행동)을 요구하다 말을 듣지 않자, 평화의 소녀상에 있던 꽃을 가져와 때리며 조롱하는 영상이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행동을 촬영해 스스로 소셜미디어에 올리기까지 했다는 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한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성이 바닥을 쳤단 이야기다. 경찰 조사에서는 “단순한 장난이었다”라고 했다니, 또래도 아닌 어른에게 패륜 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러 놓고, 반성은커녕 장난이었다고 변명까지 하니 기가 막힌다.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건 사이코패스 성향과 비슷하다.

경기도 교육감이 “여주에서 일어난 우리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깊은 자괴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60대 노인에게 담배 셔틀 요구하고 작대기로 머리도 수차례 가격한 10대 강력 처벌과 신상 공개를 촉구합니다’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전교조와 진보교육감들이 주장하는 공부가 필요 없는 행복한 학교는 이상향에 가깝다. 학생이 공부하지 않아도 행복하면 된다고 교육하니 목표가 없어진 아이들의 탈선이 증가한다. 동방예의지국이며 경로 우대사상이 가치였던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학생 인성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패륜 사고의 원인은 가정, 학교, 사회 모두에게 있다. 지도층 어른들의 일탈 행동을 실시간 뉴스로 접하는 시대여서, 아이들이 더는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갖지 않게 된 원인이 첫 번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윗물인 지도층마저 썩었으니 아랫물인 청소년이 맑을 수 없다. 또한,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막장 유튜버들의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지난 2010년부터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와 전교조가 내세운 참교육이란 이념교육이 인성교육을 밀어내며 학교는 학생지도 기능을 상실했다. 교권을 무시하고 학생 인권을 더 존중하는 문제점이 패륜 사건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훈육해줄 수 있는 교사의 손발을 묶으니 당연한 결과다. 요즘은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다. 교칙이 약해 마치 훈장처럼 여기니 아이들이 괴물이 되어간다. 교사들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묵인하고 포기한 괴물이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교사가 가르쳐 바른길로 인도하곤 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교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어 교사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이 사회에서 어른을 무서워할 리 없다. 사회가 교사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교권 추락에 동조해놓고 이런 문제가 생긴 후에는 ‘학교나 교사가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했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비판한다. 교권 추락은 우리 사회를 괴물이 판치는 세상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세 번째로 가정에서 부모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낳기만 하고 제대로 키울 생각조차 안 하는 부모가 많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부부 사이도 돈과 부동산으로 인한 갈등이 심각하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 부모다운 부모가 없는 가정에서 크는 아이들을 학교에서조차 거둘 수 없다. 솔선수범해서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이 돈과 권력을 이용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당당한 모습도 아이들을 망가트리는 원인이다.

이번 사태를 저지른 아이들을 교화시킬 방법은 먼저 부모가 자식들을 데리고 피해 여성을 찾아가 무릎 꿇고 자식 잘못 가르친 죄를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고 이번 기회에 변화할 수 있다. 학생들을 암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해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막살면 안 된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한다.

청소년이라고 교칙에만 맡겨 타이르기만 해서는 이런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세상이 변해 아이들이 순수함을 잃었다면 법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유사범죄를 막을 수 있다. 학생들도 학교 밖에서 하는 행동을 성인과 같은 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제도가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사안을 제대로 된 처벌 없이 지나가면 아이들은 영웅 심리로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랑의 매를 가장한 체벌을 옹호하지 않지만, 체벌을 없앴으면 대신 법이라도 강화해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어른들을 멀뚱히 쳐다보며 흡연을 해도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은 너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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