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9.01.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9.01.

'아프간 철군' 계기…긍정·부정 평가 '데드 크로스'
일자리 지표도 부진…3.5조 예산안 통과 불투명
믿었던 '코로나 대응' 점수도 하락세 못 면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취임 이래 순조롭게 유지돼 온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돈을 계기로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기…바이든 지지율 '데드 크로스'

미 언론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지지도)는 약 두 달 전인 6월30일(50%) 대비 6%포인트 하락한 44%에 그쳤다. 반면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51%로, 같은 기간 42%에서 9%포인트 상승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른 것이다.

여론조사전문업체 입소스가 지난 1~2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주간 국정 수행 지지도는 부정 평가가 48%로 긍정 평가(46%)를 앞질렀다.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부정적 수치가 긍정적 수치를 역전하는 상황)' 현상이 최근 치러진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난 7개월간 순조롭게 50%를 상회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를 하락케 한 주요인으로는 단연 아프간 철군이 꼽힌다. 지난 5월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군 철수를 본격화한 이래 아프간 현지에서는 탈레반이 공격적으로 세력을 재확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 추락은 철군이 마무리를 향해가던 8월 중순부터 두드러졌다. 미 여론조사 분석 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는 8월13일 정확히 50%를 기록한 뒤 같은 달 16일 49.9%로 50%를 밑돌기 시작했다.

이는 미군 철수에 따른 탈레반의 득세로 국제 사회가 큰 우려를 보내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8월 초부터 아프간 주요 도시를 속속 장악해 온 탈레반은 같은 달 15일 수도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에 장악하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우려 속에서도 철군을 강행한 바이든 행정부는 철수 막바지 카불 공항 테러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며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보복을 다짐하고 실제 무인기를 활용해 공습에 나서며 결국 또 다른 전쟁을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CNN은 "아프간은 외교 정책에서 계획이 얼마나 쉽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가혹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8월 일자리 지표 예상 하회…예산안 전망도 '불투명'

취임 직후 '미국의 귀환'을 선언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의 고립주의 노선과 선을 그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의 혼돈은 뼈아프다. 10년 이상 상원 외교위에 몸담으며 쌓아 온 ‘외교통’이라는 명성에도 흠집이 나는 모양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경제 등 국내 어젠다에 집중하며 난관을 헤쳐 보려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31일 아프간 전쟁 종식 연설에서 '중요한 국가적 이익'을 거론하며 철군 강행을 "옳은 결정이고 현명한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경제 지표도 크게 좋지는 않다. 지난 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달 미국 내 비농업 일자리 증가치는 당초 예상치였던 72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23만5000명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보고서 관련 연설에서 "올해 우리는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다달이 지속적인 성장을 목격했다"라고 주장했다. 자국 내 델타 변이 확산 상황을 감안하면 선전 중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예상치보다 무려 50만 명이나 적은 수치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그가 추진해 온 초대형 인프라 패키지 일환인 3조5000억 달러 예산안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연방 상원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 대 50으로 정확히 양분한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최근 법안 통과 '일시 중단'을 요청하고 나섰다.

맨친 의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우리 정책적 선택의 재정적 결과를 무시한다면 다음 세대 미국인에 비참한 미래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협조 없이 예산안을 자력으로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으로서는 큰 걸림돌을 만난 셈이다.
 

코로나 대응 성적도 하락세…델타 변이로 확산 지속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줄곧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코로나19 대응도 최근 들어서는 성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부스터 샷 접종 논의 과정에서 행정부 차원의 혼선이 노출되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종료 이후 8개월이 지난 이들을 향해 부스터 샷 접종을 공개 호소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최근 행정부 보건 당국자들이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백악관에 부스터 샷 접종 계획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앞서 소개한 WP-ABC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팬데믹 대응 지지도는 52%로, 6월30일 같은 조사 당시 62%에서 10%포인트 떨어졌다. 취임 초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분야 중 가장 호평을 받은 분야가 코로나19 대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하다.

WP는 이와 관련, 지난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후보로서 내세운 두드러진 장점이 코로나19 대응 능력이었다며 "아마 가장 골칫거리는 팬데믹 대응 방법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 하락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8월 10만 명을 넘어선 이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4월 무렵까지 빠르게 가속하던 백신 접종 속도도 둔화해 5일 현재 완전 접종률 53%에 머물고 있다.
 

2022년 중간 선거 1년 앞…"하원 선거 이미 패배" 자조도

WP는 여러 악재가 겹쳤던 지난 8월을 '바이든의 충격적인 달(Biden's devastating month)'이라고 규정하고, 점차 커지고 있는 중간 선거 패배 가능성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불안감을 전했다.

현재 민주당은 연방 하원에서 공화당과 불과 8석 차이로 간신히 다수당을 점하고 있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 비중이 50 대 50으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통해 간신히 과반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치르는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의 고전이 공식처럼 여겨진다. 여기에 아프간 철군 혼돈을 비롯해 경제 지표 부진, 코로나19 대응 지지 여론 약화 등이 겹치며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WP는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하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당내에서 많은 이들이 하원에서는 이미 중간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CNN은 "2022년 중간 선거에 다가서며 대통령은 중대한 고비에 맞닥뜨렸다"라며 "의회에서 민주당 다수를 유지하고 핵심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신중하게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다만 현재의 좋지 않은 분위기가 1년 뒤 중간 선거까지 유지되리라고 섣부르게 단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계기가 된 아프간 철군의 경우 실제로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WP-ABC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7%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결정 자체는 지지했다. 다만 이들 중 52%가 철군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철군 과정에서 불거진 혼돈과 비판은 단지 '과정'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하원 공화당은 엉망인 아프간 철군을 통해 중간 선거 승리를 이끌기를 희망한다"라면서도 선거까지 아직 1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계속 이슈로 끌고 가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워싱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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