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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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가까워지면 대선 후보들이 갖가지 의혹에 시달린다. 대선 때마다 여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이용해 이른바 ‘북풍(北風) 공작’ 등이 이어져 왔던바, 대표적인 사건은 ‘김대업 병풍(兵風)’ 사건이다.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권 유력후보였던 이회창 후보에 대한 가짜 뉴스로 점철된 ‘병풍’ 의혹인바, 병풍은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가장 성공한 ‘네거티브 전략’이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도 각 후보들이나 정당에서는 섣불리 대응할 것은 아니다. 다 이기고 있는 선거 판세에서도 전혀 사실이 아닌, 그럴듯하게 포장된 의혹이 터지기라도 하면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따놓은 당상’도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게 39만여표 차이로 석패했던 이회창 전 감사원장은 16대 대선 때 다시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돼 인지도 면에서 상대당 후보에 비해 절대적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짜 내용에 발목이 잡혀 이 후보가 분루를 삼켰으니 그만큼 ‘네거티브 전략’ 즉 의혹사건은 파장이 큰데, 2002년 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김씨의 폭로 한 마디에 대선판이 갈라진 것이다. 수사 결과 대선 두 달을 앞두고 ‘의혹사건이 사실무근’이라 결론났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처럼 네거티브 전략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대체적으로 본다면 정당별 대선 후보자가 결정된 후 후보자나 정당에서 상대당 후보에 대한 취약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데, 이번에는 경선 중임에도 예비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측은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제1야당에 입당하기 전부터 그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배우자 학력’에 ‘X파일’ 의혹이 터져 여당뿐 아니라 야당 후보 측으로부터 그 많은 공격을 받다가 이내 잠잠해졌는데, 이번에는 더 큰 파랑을 맞고 있다. 인터넷매체 ‘뉴스 버스’가 윤 대선주자에게 연속 펀치를 날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2일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이 총장에 재직할 당시 4.15 총선을 앞두고 여권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고발해달라’며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사주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여당에서는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 문제 삼았고, 국민의힘에서는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전 총장이나 대선 캠프 측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허무맹랑해 ‘가치조차 없다’며 일축한바, 뉴스버스 기자는 ‘취재원은 국민의힘 사람이라’ 말했다.

뉴스버스는 4일 추가 기사를 올렸다. 이번에는 “지난해 4월을 전후해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사건, 장모 최모씨 사건, ‘검언유착 의혹’ 사건 보도경위를 전담해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법리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는 증언이 당시 대검 고위간부에게서 나왔다”고 기사화했다. 이 추가 보도에 대해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는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를 지목해 “악의적 보도”요, “추잡한 뒷거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야당 유력후보에 관한 의혹에 대해 여당에서는 호재를 만난 듯 대선후보들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검찰 쿠데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부류들도 있다. 그러자 윤 후보 캠프 대변인이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뉴스버스가 허위 보도와 악의적 기사로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선 주자인 윤석열 예비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지긋지긋한 정치공작 신파극이 또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주장에 대해 증거를 못 밝힐 경우 “(뉴스버스) 보도에 동조한 정치인들은 정치권을 떠나야 한다”고 역공격하고 나서기도 했다. 정치 공작은 문제가 많다. 그전에 살필 일이 있다. 뉴스버스에 난 보도 내용들이 맞고, 윤 후보자가 그런 행위를 했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사실이 아님에도 흠잡기 위한 사전 기획이고, 이에 권력층이 가담했다면 이는 국기문란에 견줄 일로 지금까지 윤 후보를 공격한 여권 후보들을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도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그 잘못한 점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들의 변명성도 용서받지 못할 터, 여권 인사들이 시쳇말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단죄돼야 마땅한 일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대권주자에 대한 의혹 제기의 흙탕물 전법은 위험천만이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가․사회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칠 뿐이다. 제15대, 제16대 대선 이후 20여년이 흘렀건만 한국 정치풍토에서는 북풍이니 병풍이니 또 이번처럼 검풍(?) 같은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도되고 있다. 어떤 방법을 쓰던 대통령이 되고 보자, 정권을 거머쥐자는 권력욕이 의혹사건으로 번져난다면 망국하기 딱 좋은 나라다. 이 일이 어찌될꼬 바라보는 국민 걱정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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