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차·페리·여객기 등 모든 장거리 교통수단을 이용 시 그린패스 제시가 의무화된 이탈리아. (출처:AP/뉴시스)
버스·기차·페리·여객기 등 모든 장거리 교통수단을 이용 시 그린패스 제시가 의무화된 이탈리아. (출처:AP/뉴시스)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전면 의무화를 놓고 찬반 논쟁이 점화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의약품청(EMA)과 이탈리아의약품청(AIFA)의 승인을 전제로 12세 이상 모든 성인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MA·AIFA가 코로나19 백신을 비상 의약품이 아닌 일반 의약품으로 변경할 경우 전 국민 의무 접종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EMA의 관련 결정은 이르면 다음 주말, AIFA 결정은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권 주요국 가운데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투르크메니스탄, 인도네시아, 미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 정도가 전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맞도록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현재 법적으로 의사와 간호사, 요양원 직원 등 의료종사자에 대해서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다만 이달 1일부터는 전국 일선 학교 교직원도 일종의 면역 증명서인 '그린 패스'를 소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0∼16세 사이 연령대에 한해 소아마비·독감·파상풍 등 10종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으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은 지정된 바 없다.

드라기 총리의 발언은 당장 정치권에서 큰 쟁점이 됐다.

코로나19 백신을 전면 의무화하려면 상·하원에서의 관련 법안 통과가 필요한데 드라기 총리 내각을 구성하는 정당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특히 우파 정당의 반발이 심하다.

극우 정당 '동맹'(Lega)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좌고우면 없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단언했다.

살비니는 그동안 백신 접종은 국민 개개인의 자율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코로나19 전파가 한창이던 작년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반대한 전력이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과 중도 정당 '이탈리아비바'(IV)는 찬성 의사를 밝혔고, 의회 최다 의석을 가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의 경우 중·고등학생을 의무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지지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 사안은 유럽에서도 유독 심한 이탈리아의 '그린 패스' 반대 시위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6일부터 단계적으로 실내 음식점과 문화·체육시설 출입, 대중교통 이용 시 그린 패스 제시를 의무화하면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안티 백서(Anti-Vaxxer)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들은 최근 전국적으로 그린 패스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장관 등 일부 정치인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시위 도중 취재 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로마=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