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중 2곳 폐업 예정
63곳 중 업비트만 신고
ISMS 획득은 21곳 뿐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명의 날이 20일 남은 가운데 거래소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청서를 접수한 업비트의 국내 가상화폐 독과점이 우려되고 있다.
개정된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르면 거래소들은 오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 입출금 계좌 등 요건을 갖춰 FIU에 신고를 마쳐야 한다. ISMS 인증과 실명 입출금 계좌를 모두 확보한 거래소는 원화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 거래 중개업을 할 수 있다.
ISMS 인증만 획득한 거래소는 금전과 가상화폐 간 교환 서비스를 하지 않는 코인마켓으로만 운영할 수 있다. 이마저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오는 25일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가상화폐 거래소는 63곳으로 이 중 FIU에 신고를 접수한 거래소는 업비트 단 한 곳뿐이다. 다른 3대 거래소인 빗썸, 코인원, 코빗은 ‘트래블 룰(자금이동 규칙)’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합작법인 ‘코드(CODE)’를 공식 출범했지만,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는 이상 신고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외 코인마켓 영업만 가능한 ISMS를 획득한 사업자는 21개사다. 이대로 신고기한까지 유지될 경우 원화로 가상화폐 거래 중개가 가능한 곳은 업비트 한 곳뿐이고, 21개사는 코인마켓 영업만 가능해진다.
ISMS 인증을 받지 않고 운영 중인 곳은 42개사에 달했다. 이 가운데 18개사는 ISMS 인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머지 24개사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통상 ISMS 인증을 획득하려면 신청 이후 3~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한 18개사들이 기간 내 모두 인증을 받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인증을 획득했더라도 FIU 심사과정에서 신고불수리될 가능성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심사과정에서 심사 탈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 3분의 2 정도가 폐업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신고기한을 연장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 3월 마련됐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한 달여가 지난 4월에 나오면서 사실상 준비 기간은 5개월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거래소 무더기 폐업이 일어나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연장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한국블록체인단체협단체연합회는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마감을 앞두고 기존 4대 거래소를 제외한 거래소들은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사실상 줄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이를 방치하면 시장 대혼란과 함께 660만여명에 이르는 투자자 피해가 이를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신고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국민의 힘 윤창현 의원과 조명희 의원 등은 거래소들의 신고를 6개월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이 개정되려면 상임위 심사부터 법안소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하기에 기한 내 법이 개정되기 어렵다.
금융당국과 여당 측은 이미 신고 유예기간을 충분히 부여한 데다, 연장을 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연장을 하면 이용자 피해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거꾸로 이용자 피해자가 더 커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어 당초 일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실명계좌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명계좌와 관련한 책임은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관련은 거래소에서 지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확보는 법적으로 정해진 사안인만큼,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거래소 줄폐업이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특금법으로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ISMS 미신청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업, 영업중단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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