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휴대전화 가격 원인 ‘후진국형 유통구조’
“제조사 장려금 영향 가장 커… ‘페어 프라이스’ 필요”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휴대전화를 사기 위해 대여섯 곳 정도는 돌아다니죠.” “가격이 매일 다르고, 가게마다 달라요.” “평균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산 것을 나중에나 알게 됐어요.”

▲ KT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페어 프라이스’ 시행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년이란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이동통신 시장의 낙후된 유통구조로 인해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불만과 판매점을 향한 불신의 목소리다.

이런 이동통신 시장의 유통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KT는 유통구조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시행 ▲그린폰 제도 도입 ▲온‧오프라인 매장 혁신 등을 통해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고 28일 밝혔다.

 

◆매장마다 다른 휴대전화 가격 “후진국형 유통구조 때문”

시장조사기관 패널인사이트가 20대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같은 기종임에도 대리점마다 휴대전화 가격이 다르다(37.5%)’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최종 구매 가격에 대한 신뢰도는 22%에 불과했고 구매 후 ‘남들보다 비싸게 샀는지 불안하다’고 답한 소비자도 64.2%에 달했다.

KT는 이런 불편을 왜 국내 소비자가 겪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 근본적 원인을 ▲불투명한 유통구조 ▲과다한 제조사 장려금 ▲신규가입자 위주 경쟁과 같은 ‘후진국형 유통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고가의 휴대전화 구매에 따른 고객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통사는 보조금을,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의 제조사는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중에서 이통사 보조금은 도소매 모두에 지급되고 공식화돼 있어 고객 및 단말 모델 간 편차가 거의 없지만 문제는 도매 중심으로 지급되는 제조사 장려금에서 발생한다. 장려금은 휴대전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제조사가 각 판매점에 지급하는 금액으로 ‘고객은 모르는 가격’이라고 KT는 말했다.

따라서 만일 판매점이 20만 원이라는 장려금을 지원받았다고 했을 때 판매점은 20만 원을 다 이윤으로 남길 수도 있고 7만 원은 고객에게 지원해주고 나머지만 취할 수도 있다.

결국 판매점에서 고객에게 얼마의 금액을 지원하는지에 따라 같은 기종의 단말기여도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T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조사 장려금 추이도 현재 38%까지 증가했다”며 “장려금 급증으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소비자가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2~5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25만 원 수준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고객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판매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해지 후 즉시 가입’이라는 문화가 생겨 우리나라의 해지율(3.1%)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휴대전화 교체 주기도 26.9개월로 일본의 절반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페어 프라이스’ 시행… “제조사‧경쟁사‧정부 함께하자”

표현명 사장은 “이제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페어 프라이스를 도입해야 한다”며 “제조사 장려금을 궁극적으로 제로로 만든다면 출고 가격도 낮아져 소비자들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KT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며 “제조사와 타 통신사의 동참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업계에서는 페어 프라이스가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서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과 함께 오히려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상향평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표 사장은 “소비자가 알고 있다는 자체가 가장 큰 구속력이 될 것”이라며 “또한 궁극적으로 제조사의 장려금을 없앤다면 출고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밖에도 KT는 짧은 휴대전화 교체 주기로 인해 발생하는 낭비를 줄이고 중고폰 양산을 위해 ‘그린폰’ 제도를 도입, 완벽한 고객 서비스를 위해 온‧오프라인 매장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KT는 삼성전자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2, 애플 아이폰4, HTC 이보(EVO) 4G+ 등 총 13종에 페어 프라이스 정책을 반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적용 제품은 더 확대할 계획이다.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고객에게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의 공정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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