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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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이 8월 31일 저녁 국회를 통과했다. 전 세계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의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가전략,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적으로 체계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존의 2018년 대비 26.3%보다 9%p 상향한 35% 이상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도록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2050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수단 마련과 탄소중립 과정에 취약지역계층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도 구체화됐다.

그러나 정작 정부 탄소중립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시나리오 초안을 보면 과연 2050 탄소중립이 순조롭게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크게 3가지의 안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 초안을 살펴보면 석탄발전 유무(에너지전환), 전기수소차비율, 건물 에너지 관리 등 핵심 감축수단을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점진적으로 전환을 고려하거나, 거기에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는 방식(1안과 2안)으로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가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부위원회의 보고서에서 2050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셈이다. 오로지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한다면(3안) 2050 넷-제로(탄소중립)가 실현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석탄화력발전의 획기적인 에너지 대전환 없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면 탄소제로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에너지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도 7기나 신설하고 있으니 넷 제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오히려 탄소제로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언급했듯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는 이미 탈석탄 정책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비율을 절반 이상 줄였다.

탈석탄 정책을 시작한 국가들은 이미 석탄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생산비율을 급속도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독일은 2013년 44.96%였던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비율을 2020년 23.8%까지 줄였다. 영국은 2012년 40%에서 2020년 1.8%까지 떨어뜨렸다. 한발 더 나아가 독일은 2038년까지, 영국은 2024년 9월 말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퇴출할 방침이다.

그런데 높은 탄소배출량으로 5년 전 영국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으로부터 ‘기후악당국’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던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는 한국이 쓰는 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5기를 신설한다. 올해 건설된 2기를 포함해 신규 7기가 모두 운영될 경우 최소 약 3850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을 줄이겠다고 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탈석탄 정책안도 없으며,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도 석탄발전을 포함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한국 정부 앞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그렇다면 탈석탄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전력 생산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실제로 공급하는 전력 비중이 낮은 데 원인이 있다. 현재도 90% 가량을 전통 연료원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이 중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은 연료비가 낮아 비중이 더욱 높은 실정이다. 전력시장제도의 문제와 탈석탄 피해보상책의 부재 또한 탈석탄 정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중심의 제도와 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하고, 탈석탄 정책 보상 방안도 법제화 돼야 한다. 피해 당사자들의 손실을 보장해주는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고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에 따른 지역·주민·노동자 등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탈탄소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과 3년 전 나온 전망보다 10년 앞당겨졌다. 탄소중립은 이제 더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탄소중립이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 ‘미래 세대’의 삶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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