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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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20조 제2항의 앞 문장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라고 해, 국교를 인정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이 국교의 불인정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 국가는 특정 종교를 국교로 지정할 수 없고 어떤 종교를 우대해 실질적으로 국교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동 조항의 뒤 문장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하여 국가권력이나 정치가 종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종교가 정치나 국가권력의 행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현대에 와서 국교를 인정하는 국가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없다. 국교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해도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 이에 대해 간섭하지도 통제하지도 제재하지도 않는다. 이런 국가는 단지 국교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국교를 가지고 있는 몇몇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교를 이유로 갈등을 유발하고 분쟁을 일으킨다.

물론 지나간 역사를 보면 종교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국교의 불인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민은 종교를 선택하는데 강제되지 않고 무종교의 자유도 보장되며, 국가는 특정 종교를 위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 국가가 종교에 대해 중립의 입장과 태도를 견지해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렇다고 국가가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우대하는 것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국가는 모든 종교를 우대함으로써 종교를 갖지 않은 국민을 차별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보호하거나 우대하는 조치도 무종교의 자유를 고려하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어떤 종교를 국교로 인정해 우대하는 것은 국가권력이 종교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교의 불인정이 정교분리원칙에 포함된다고 보면, 정교분리원칙이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정교분리원칙은 종교와 분리돼야 하는 분야가 정치에만 국한하는지, 아니면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권력의 전 분야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있다. 정교분리원칙은 종교에 국가공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가권력의 모든 분야에 미친다고 봐야 한다. 헌법은 제7조 제1항에서 모든 공무원은 전체 국민의 봉사자라고 했기 때문에 종교를 이유로 공무원을 임면하거나 공무수행에 있어서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홀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 공무원의 의무로 종교중립의무를 명문화했다. 공무원이 공무수행에서 특정 종교를 위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종교중립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정교분리원칙은 학교제도나 교육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종교단체가 설립한 종립학교나 종교인을 양성하는 종교학교도 교육법에 따라 학교설비 인가를 받도록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감독청의 지도·감독을 받게 돼 국가권력의 개입을 초래해 정교분리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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