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30년 전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981년 9월 30일은 서울이 88하계올림픽을 유치한 날일뿐 아니라 대학졸업을 앞둔 한 학생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었다. 그날 밤 10시 45분(한국시간) 서독 바덴바덴에서 88년 하계올림픽을 서울에 유치한다는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발표순간을 직접 듣지 못하고 다음 날인 10월 1일 아침 일찍 잠에서 깨자마자 모 조간신문의 ‘서울서 올림픽 열린다’는 1면 제목을 보았다.

기사 제목까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신문 PDF 파일을 찾아 확인했지만 말이다. 이날의 신문 기사를 접하면서 필자와 스포츠의 본격적인 인연은 시작됐다. 중학교 시절인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북한이 사격에서 금메달을 따고 남한은 ‘노 금’에 그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후 올림픽에 관심을 보인 필자는 서울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올림픽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됐던 것이다. 선진국의 전유물인 올림픽을 서울에서 개최한다니 얼마나 놀랄만한 일이었던가.

30년 전 하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대한민국은 국민소득이 1800달러에 머물러 있는 개발 도상국이었다. 올림픽 개최를 하기에는 경제·문화적으로 버거운 상황이었다. 쿠데타로 등장한 전두환 군사정권의 강력한 의지와 국민적 공감대 마련을 위해 일본 나고야보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모든 여건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정·재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나고야를 52대 27의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하계 올림픽을 유치,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정주영 서울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조상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김택수 IOC 위원, 박종규 전 대한체육회장 등이 올림픽 유치단을 구성해 “올림픽이 언제나 부자 나라만의 잔치일 수는 없다. 가난한 나라에도 기회를 주어 화합과 번영의 기틀을 마련해 달라”며 각국 IOC 위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과 정성을 다한 결과였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을 유치한 대한민국은 7년 뒤 88서울올림픽을 체제와 이념을 극복하는 평화의 무대로 승화시키며 성공적으로 치렀다. 동서화합의 장이 된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소련을 비롯해 사회주의 동구권 국가들이 무너지는 역사적 대변혁을 맞게 됐다. 정주영 위원장 등 당시 유치위원들은 대부분 타계했지만 서울올림픽은 현재까지도 가장 성공한 올림픽으로 평가받고 있다.

30년 후인 2011년 7월 7일. 30년 전이 그랬듯 이번에도 야심한 밤에 올림픽 낭보가 날아들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발표문 봉투를 열었다. ‘PYEONGCHANG(평창) 2018’이라는 로게 위원장의 발표를 들은 뒤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의 IOC 총회 행사장은 대한민국 유치위원단의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이명박 대통령, 이건희 IOC 위원, 조양호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과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등은 3수 끝에 얻어낸 평창 올림픽 유치에 감격해하는 모습이었다. 30년 전에 비해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크게 성장해 있다. 2011년 국민소득이 2만 1000달러로 30년 전에 비해 10배나 늘었으며 국민총생산(GDP)은 14배나 커졌다.

대한민국은 스포츠에서도 세계 10대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은 동·하계올림픽에서 많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스포츠 강소국으로 위세를 떨쳤다. 특히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등 3명이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김연아가 피겨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일약 동계 스포츠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30년 전 대학생이었던 필자도 30년의 세월이 흘러 50대 중반에 들어섰다.

그 사이 스포츠 기자로서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을 취재하고 스포츠 신문 편집국장 등을 거친 뒤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아 스포츠를 연구하는 학자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었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81년 서울올림픽 유치와 2011년 평창 올림픽 유치를 체험했다는 사실 자체로도 대단한 영예라 할 수 있다. 앞으로 7년 후에 있을 평창올림픽 때는 어떤 모습으로 올림픽과 관계를 맺을지 몹시 궁금하다.
올림픽에 맞춰진 대한민국의 시계를 한번 되짚어보면서 우리의 국운이 욱일승천하는 기상으로 앞으로도 쭉 뻗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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