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연안동에 있는 고은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연안동에 있는 고은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인터뷰|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

간이식환자모임, 협회로 발전

“많은이들, 협회혜택 누리길”

 

사업가→암환자→장례사업가

“아들 간이식받고 새로운삶”

“모든 순간 눈물 나게 감사”

 

“코로나, 불안한 상황이지만

가족·이웃 사랑으로 극복해”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일상이 멈췄지만 협회 회원들은 별일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길 바라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간이식인협회 회원들의 모임은 ‘멈춤’ 그 자체였다. 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은 24일 인천 중구 연안동에 있는 고은장례식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협회에서 간이식 환자들의 권익 보호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변화,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해 봉사하는 그는 부인과 함께 장례식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수석부회장은 “우리 간이식인들은 코로나 이전엔 행사나 모임을 통해 회원 간 친목을 다지고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현재 코로나로 인해 모이지 못해 힘들고 어렵지만 회원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건강한 삶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사 소개로 한국간이식인협회 가입

이 수석부회장은 김동식 고려대 안암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의 권유로 간이식 환자 모임에 들어가 12명의 환자로 ‘간사랑회’가 결성됐다. 이것이 한국간이식인협회와의 첫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

한국간이식인협회는 2009년 7월 31일 보건복지가족부(현 보건복지부)의 비영리 민간단체로 승인을 받아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간이식인들의 권익 보호와 장기기증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2001년 5월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강남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5곳의 간이식인들로 협회를 처음 구성했다.

이 수석부회장은 “우리나라의 간이식 수술은 1988년 처음 시작했다”며 “약 2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간이식 수술을 통해 새생명을 얻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간이식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의료진은 말기 간 질환 환자들을 위해 최첨단 의료기술인 간이식 수술을 도입했고, 끊임없는 연구로 많은 말기 간 질환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로 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노고와 비통한 상황에서도 장기기증을 해주신 뇌사자와 그 가족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간이식인들은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연안동에 있는 고은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인천 중구 연안동에 있는 고은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이 수석부회장은 협회 초기 회장인 이상준 회장을 떠올리며 “이 회장님은 협회 초기에 간이식인들의 의료보험 정책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신 분”이라며 “간이식인 의료보험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셨는데 당시 뇌사자에 대한 관련법이 제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인 근거가 없어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전 회장님과 함께한 많은 분이 이뤄낸 간이식인의 권익 보호와 정책 기반 마련 등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의 결실로 2001년 7월 1일 ‘국민건강보험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책 종합대책’이 발표됐다”며 “그간 50%의 보험적용이 됐던 고가의 혈액제제 ‘헤파빅’이 20%로 경감됐다. 현재는 10% 본인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모든 간이식인은 5년 후 ‘중증환자’로 산재특례 대상자로 분류돼 관리받는다”면서 “정부에 간이식 환자는 모두 등록돼 있으나, 병원 소속 간이식환자 모임에 소속이 돼야 협회로 명단이 제출된다”고 했다.

이어 “협회 가입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사람은 1차 병원 환자모임을 통해 연락하고 2차는 협회에서 연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입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아무 조건 없이 ‘마음의 고통’을 위로하고 이 혜택을 소개하려고 연락했을 때 ‘내 핸드폰 번호,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았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아직 모임에 소속되지 않는 간이식인들이 용기를 내어준다면 서로간의 격려와 보다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텐데….”

◆2010년 둘째 아들로부터 간이식받아

고향인 충북 음성을 떠나 서울에서 축산업으로 왕성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이 수석부회장은 식당을 쉬는 날 건강검진을 통해 ‘B형간염’ 판정을 받고 고대 안암병원에 다니게 됐다. 이 대표는 일상생활 속에서 피로감, 식욕·체중감소 등 증세가 나타났으며 가족력이 있음에도 사업을 위해 축구모임을 갖고 과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속 병원을 다니던 중 김동식 교수가 조그마한 것이 보인다며 정밀검사를 권했고, 조직검사를 한 결과 ‘간세포 암’이 발견됐다. 암이란 소리에 놀라 아내도 울고 눈앞이 정말 캄캄했다는 그는 간암 판정을 받은 뒤 생사를 오가는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집중치료실에서 55일간 지냈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했다. 이후 산소호흡기를 떼고 회복 절차가 시작됐지만 걷는 것은 물론 손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체중까지 크게 줄었다.

이 수석부회장은 “김동식 교수 간이식팀을 만나 수술 받은 것은 내 삶에서 최고의 기회였고 간이식 수술을 위해 두 아들이 조직 검사를 받았는데 기적적으로 둘 다 조건에 부합했다”며 “기쁘면서도 아들에게 미안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아들과 수술실에 같이 들어갈 때 마음이 정말 너무 아팠다. 결혼을 앞둔 막내아들의 간을…”이라며 간 이식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 흘렸다. 큰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해 축산사업을 물려받기로 했고 작은 아들이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간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 중구 연안동 소재 고은장례식장에서 꽃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간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이춘실 한국간이식인협회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 중구 연안동 소재 고은장례식장에서 꽃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8.24

막내아들은 결혼하기로 약속한 상태였지만, 처가 부모님이 너그럽게 양해했고 지금의 며느리도 이 수석부회장의 수술이 먼저라며 결혼 전 간 이식 수술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다행히 아들은 회복 수준도 비교적 빠르고 합병증도 없어 무사히 결혼식을 치렀다.

이 수석부회장은 “간이식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수술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고 새 생명을 선물해준 아들과 곁에서 힘든 과정을 함께 해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김 교수에게 정기적으로 간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았고 병원 지시대로 따랐다”며 “수술 후 1~5년 매년 1회 간 생체 검사를 받기 위해 2박 3일 입원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간 초음파’로 가는 바늘을 간에 찔러 놓고 하는 검사로, 모레주머니 같은 것을 4시간 동안 눌러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검사가 매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죽음 이기고 시작한 ‘장례문화’

수술 후 병원 생활과 혼자 병마와 싸우며 지낸 순간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들이 함께 해 새로운 삶의 버팀목이 돼 줬다. 죽음을 이기는 과정을 거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 수석부회장은 올해 3월부터 인천 중구 연안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죽음 직전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했고 죽음이 자신의 인생 가까이에 있는 사실을 깨닫고 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장례문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모든 순간이 눈물 나게 고맙고 감사해 동네 마을을 위해 봉사도 하고 있다”는 그는 지역사회 지자체와 봉사단체 등과 고독사를 포함한 저소득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위한 업무협약도 추진하고 있다. 고독사는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 수석부회장은 “부두가에 와서 살다보니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의 장례나 무연고자에 대한 장례를 보게 됐다”며 “이 지역의 고독사 장례 대행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사랑하는 가족 곁에 머물게 해준 신께 대한 감사함에 신앙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늘 삶에서 실감이 나지 않았던 일들, 우리에게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매 순간 오간다”며 “현재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의 시대에 불안과 두려움이 마음속에 들더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다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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