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림어린이집 아이들이 우리시장 홍보 캠페인에 나선 가운데 한 상인이 아이에게 시장상품을 건네주고 있다. (제공: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천지일보 2021.9.1
신대림어린이집 아이들이 우리시장 홍보 캠페인에 나선 가운데 한 상인이 아이에게 시장상품을 건네주고 있다. (제공: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천지일보 2021.9.1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이웃 간 왕래가 줄고 각종 만남과 모임이 제한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상생의 길을 택한 이들이 있습니다. 본지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중견기업과 지자체, 지역주민 등과 함께 코로나19에 대응해가는 ‘상생의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코스콤 회사, 영등포 우리시장과 자매결연… 3년째 지원

시장 방역 위해 나선 지역주민들, 주기적으로 방역 작업

우리시장, 영등포구청과 협업해 1억원대 상품 판매 결실

동사무소에선 설·추석 등 명절맞아 시장물품전시도 진행

[천지일보=김빛이나, 홍보영 기자] “상인들이 코로나에 때문에 참 어려움이 많은데 코스콤과 같은 중견회사와 영등포구청, 새마을지회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으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근심과 고민은 날로 깊어갔다. 비대면 온라인 활성화 시대가 되다보니 시장을 가던 사람들의 발길은 뜸해졌고, 대부분 온라인 매장이나 대형마트, 집 앞 편의점을 이용해 물품을 구매하다보니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상인들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확진자 발생에 긴장감도 늦출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주민은 물론 구청, 중견회사, 대형유통업계까지 협력해가며 상생해나가고 있는 전통시장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본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서로 협력하며 상인·주민·협력업체·구청 등 모두가 상생하는 사례를 살펴봤다.

서울 영등포 우리시장은 지역 중견회사인 ㈜코스콤과 자매결연을 맺어 유기적인 상호적용을 이뤄갔고 발전을 거듭해왔다. 방역과 관련해선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의 협력을 받았고, 물품 판매와 관련해선 영등포구청 등과 협업해 억대 판매 결실을 맺었다.

◆코스콤 ‘불우이웃돕기’하며 시장상품 조달

우리시장과 코스콤의 인연은 3년 전 코스콤이 우리시장에 발전기금을 전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코스콤은 2018년 12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우리시장과 자매결연 협약을 맺어 꾸준히 협력해왔다. 이러한 협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며 지역 상권을 살리고 회사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는 상생의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국가 기간산업인 코스콤은 금융투자 유관기관으로서 첨단 IT기술을 통해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계의 핵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본사가 영등포구에 있다 보니 회사 직원들은 영등포 우리시장을 방문해 물품을 구입하기도 하는 등 전통시장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이자 금융투자 유관기관인 ㈜코스콤과 영등포구 우리시장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17일 코로나19와 추위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게 ‘희망상자’를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출처: ㈜코스콤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1.9.1
국가 기간산업이자 금융투자 유관기관인 ㈜코스콤과 영등포구 우리시장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17일 코로나19와 추위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게 ‘희망상자’를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출처: ㈜코스콤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1.9.1

코스콤 관계자는 “직원들이 온누리상품권(지역상품권)을 통해 자매결연한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며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산 직원들은 ‘다른 곳보다 물건이 더 저렴하고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품을 구입할 때마다 시장의 수익금으로 들어가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 효과를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코스콤은 불우이웃돕기를 할 때도 우리시장과 협력해 진행한다.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할 물품을 전통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은 “코스콤에서 매년 12월이면 불우이웃돕기를 하는데 물품조달을 전통시장에서 한다”며 “지난해에도 한 상자당 15만원씩 총 150상자 규모로 진행해 2250만원 상당의 물품을 판매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시장과 코스콤은 단순히 1회성 협력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협력해오고 있다. 이렇게 협력할 수 있는 힘은 바로 활발한 ‘소통’에서 나오고 있었다.

코스콤 관계자는 “우리시장과는 1년에 3~4번 정도 간담회를 진행하고, 행사가 있으면 관련된 사람들과 2회 정도 더 간담회를 갖는다”며 “어려운 사람을 그냥 도와주기보다는 간담회를 통해 무엇이 필요할 지 논의하고 시장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국가 기간산업이자 금융투자 유관기관인 ㈜코스콤의 지원금으로 새롭게 마련된 영등포구 우리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지난 6월 24일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천지일보 2021.9.1
국가 기간산업이자 금융투자 유관기관인 ㈜코스콤의 지원금으로 새롭게 마련된 영등포구 우리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지난 6월 24일 개소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천지일보 2021.9.1

코스콤은 우리시장상인회 사무실을 새롭게 단장하는 데도 10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6월 24일엔 새로운 사무실에 대한 개소식도 진행됐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시장 상인들을 위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성해야 하는데 우리 상인회 사무실은 협소하고 비도 세는 등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코스콤이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또한 강 회장은 “우리시장과 코스콤이 자매결연을 맺고 이뤄가는 상생·협력사례는 다른 정통시장에도 롤모델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며 “전통시장과 기업의 ‘1:1 매칭’이 다른 지역에서도 활발히 진행된다면 지역상권이 살아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고, 상인들은 어려운 시기에 물건을 판매할 수 있어 좋은 ‘상생 효과’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장방역활동 참여 주민 “힘들지만 뿌듯함 느껴”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방역이다. 시장 방역에 실패하게 되면 곧 상인들의 생계와 직결된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되니 그만큼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장사를 하루 쉬면서까지 온종일 방역을 전담해 일할 수 있는 상인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상인들의 어려움을 알고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다. 바로 대림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 지역사회 주민들이다.

대림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지역주민들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우리시장을 방문해 소독차량 등으로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천지일보 2021.9.1
대림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지역주민들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우리시장을 방문해 소독차량 등으로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 ⓒ천지일보 2021.9.1

강 회장은 “상인들이 생업을 접어두면서까지 시장 전체에 대한 방역을 진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상인회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다. 이분들이 주기적으로 와서 시장 곳곳을 소독해주고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방역차량을 직접 운전한다는 대림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한 관계자는 “우리시장은 2~3명의 주민들과 함께 한 달에 네 번 정도 방역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영등포구청에서 약품을 지원해줘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도 진행했고, 요즘엔 모기 등 해충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도 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역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고마움을 느낀 상인들이 음료수를 건네주기도 한다”며 “더운 날씨에 힘들 때도 있지만 뿌듯함을 더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청, 전통시장 활성화 위해 ‘공동구매’ 진행

시장의 어려움은 비단 방역만이 아니다. 사실 가장 큰 어려움은 상품 판매에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시행되면서 연일 고강도의 방역 수칙이 적용되다보니 사람들은 대면보다는 비대면을 선호하게 됐고,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던 사람들도 점차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상인들 대부분이 모바일 등을 이용한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다. 영등포구청에서는 이러한 상인들의 난관을 해결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영등포구청은 특히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설·추석 명절을 공략했다.

‘추석맞이 전통시장 비대면 공동구매’ 행사가 진행된 지난해 9월 23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왼쪽 여섯번째)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에서 물품 배송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영등포구청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1.9.1
‘추석맞이 전통시장 비대면 공동구매’ 행사가 진행된 지난해 9월 23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왼쪽 여섯번째)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에서 물품 배송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영등포구청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1.9.1

명절을 앞두고 영등포구청은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대신해 구내 전체 시장에서 1개 시장당 특색 있는 상품, 자신 있는 상품, 고객이 만족할 만한 상품을 찾아 이를 구매하고 기획사를 통한 온라인 판매 등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진행한 올해 설 상품 판매액은 1억 600만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공동구매’ 진행 물품은 ▲사과·배·멜론 등 과일(청과시장) ▲참기름‧들기름 세트(영등포전통시장) ▲홍삼정과(영신상가) ▲수제한과(우리시장) ▲정육(대림중앙시장) 등이다.

또 한 가지 협력이 있다. 바로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유통회사의 지원이다. 대형유통회사들은 상생자금을 지원해 택배비를 낮춰줬다. 구청에서도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 시 상인들에게 택배비를 지원해 무료로 배송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추석맞이 전통시장 비대면 공동구매’ 행사가 진행된 지난해 9월 23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가운데)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상품 배송 작업을 돕고 있다. (출처: 영등포구청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1.9.1
‘추석맞이 전통시장 비대면 공동구매’ 행사가 진행된 지난해 9월 23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가운데)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상품 배송 작업을 돕고 있다. (출처: 영등포구청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1.9.1

강 회장은 “상인들이 상품을 촬영해서 구청에 보내주면 온라인으로 홍보해줬고, 동사무소에서는 상품 샘플을 가져다 놓고 품목별로 전시를 하고 QR코드를 배치했다”며 “고객들은 QR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손쉽게 시장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청을 통한 온라인 판매는 기록이 남아서 나중에 우리 상인들에게 소비자들로부터 주문 전화도 왔다”며 “상인들은 영등포구청의 ‘공동구매’를 통해 상품 판로 확보는 물론 당골 고객까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구매의 또 하나의 장점은 구청을 통해 검증이 이뤄진 물품이라 (소비자들도) 믿고 살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구청은 상인들의 물품을 판매하면서 어떤 물품을 판매할 지 심사숙고해서 결정한다. 그래서 가장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상품, 최고가 아니면 아예 판매를 안 한다”고 밝혔다.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영등포구청 일자리경제과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통시장이 많이 침체됐기에 채현일 구청장님이 상생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내어 지난해 추석부터 공동구매를 시작하게 됐다”며 “공동구매는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되며 사전 조사를 거쳐 참여할 시장과 점포를 찾고 함께 협력해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동구매는 이번 추석에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수시로 전화 통화를 나누고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고마움을 느끼는 상인분들을 많이 만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상인연합회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스콤·영등포구청·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의 상생·협력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성현 우리시장상인회장이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상인연합회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스콤·영등포구청·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의 상생·협력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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