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지구촌이 병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지난달 14일 아이티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해 레카이 주민들이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사진이 있는 광고판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서부 콜하푸르에서 홍수에 일부 잠겨 있는 모습. 지난 7월 미 캘리포니아주 플루머 카운티 내 인디언 폴스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딕시 파이어’ 산불 현장에서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기후 위기로 지구촌이 병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지난달 14일 아이티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해 레카이 주민들이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사진이 있는 광고판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서부 콜하푸르에서 홍수에 일부 잠겨 있는 모습. 지난 7월 미 캘리포니아주 플루머 카운티 내 인디언 폴스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딕시 파이어’ 산불 현장에서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폭염·홍수 등 악화된 지구 기후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 1.1도↑

2028년 기온 1.5도 상승 전망

정부·기업, 환경문제 막기 나서

탄소중립·RE100 등 방법 제시

[천지일보=정다준·이우혁 기자] 지구가 날이 갈수록 병들어 가고 있다. 병들었다는 걸 보여주듯이 지진, 홍수, 폭염, 화재 등 이상기후가 지구촌에 잇따르고 있다. 이에 환경문제에 심각함을 동감한 정부와 기업들은 지구 지키기에 나섰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기업들 역시 탄소중립, RE100 등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나섰다. 대체에너지, 탄소 절감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에 나서고 있다. 현재 ESG에서 ‘E(환경)’를 주목해 본다.

최근 지구촌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진이 다시 한번 아이티를 무너뜨리고, 홍수는 유럽을 휩쓸었다. 전 세계 곳곳은 산불로 타들어 갔으며 이탈리아는 유럽 최고 폭염 기록을 다시 썼다. 이 같은 이상기후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우리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해 줬던 석탄, 석유, 가스 등의 사용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다. 1세기 이상 온실가스가 지속 배출되면서 지구에도 이상 신호가 온 것이다. 이 기간 지구의 온도는 1.1도 올랐다.

◆“기후 위기에는 백신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기후 위기에는 백신도 없다며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종식시킬 수는 있겠지만 기후 위기에 대해선 백신도 없다”며 “평소처럼 일을 계속한다면 기후 변화가 제기하는 위험은 어떤 단일 질병이 가하는 위험도 별것 아닌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무총장은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온도가 뜨거워질수록 우리 건강과 미래도 위험에 처한다”면서 “탄소 배출과 온난화 억제를 위한 모든 행동은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가 가까워지게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추세로 간다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WHO는 보고서에 대해 “폭염, 홍수, 가뭄이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강제 이주를 야기하며 식량 불안정과 기아, 영양실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보건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혁명부터 환경오염, ESG까지

기업들이 글로벌 아젠다가 된 친환경과 ESG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극단적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공개했지만, 전문가들과 경제단체들은 제조업이 주력산업인 국내의 산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미 예견됐던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8세기 산업혁명 때부터 시작된 석탄의 사용으로 인류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했지만, 이로 인한 온실가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1차 산업혁명을 거쳐 2차 산업혁명에선 전기가 발명되면서 공장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본격적인 공업시대를 여는 초석이 됐다. 다만 공업이 활성화되면서 공장이 늘고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이 증가함과 동시에 일부 지역에선 대기오염으로 인한 스모그 등도 일상화됐다.

이후 환경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했고, 지난 1972년 UN인간환경회의에 따라 1973년 ‘UN환경계획’이 설립됐다.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환경문제로 인한 이상기후에 대한 경고가 지속됐었고, 공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가 가속할 것이란 우려도 계속됐었다.

한국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불모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후 정부 주도 아래 중화학 공업에서 급성장을 이루며 현재 재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했고, 7월 2일에는 UN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지 57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그룹을 이동하기도 했다. 다만 급격한 성장 뒤에는 환경에 대한 부작용도 있었다.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한 탓에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필요했고, 상대적으로 값싼 에너지원인 석탄이 사용됐다. 석탄을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공기 정화 기술도 발달하긴 했으나 근본적인 대책이 되진 못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 산불, 폭우, 홍수 등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가 늘어났고, 정도도 심각해졌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선진국이 된 이상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정부는 재계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민간에서 주도하던 ESG와 친환경 경영은 속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ESG경영은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고용인력의 90%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만큼, 이들이 ESG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이 마련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과 상생을 위해서라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 공개

정부의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시나리오는 화석연료 등 기존 에너지원을 일부 활용할지, 아니면 모두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과감히 대체할지에 따라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96.3%에서 최대 100% 감축하는 3가지 안으로 구성됐다.

시나리오에 따른 2050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는 ▲1안 2540만톤 ▲2안 1870만톤 ▲3안 0(net-zero) 등이다. 1·2안은 온실가스를 각 방법을 통해 줄이겠다는 것이고, 3안은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종안을 탄소중립위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5.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DB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 나선 기업들

기업들은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환경 지키기에 나섰다. ESG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탄소중립 선언, RE100·비즈니스 앰비션 포 1.5℃ 캠페인 참여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기업들이 대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로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숲을 조성하거나, 무공해에너지인 태양열·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 ▲탄소배출권(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돈으로 구매) 등이 있다.

또 다른 대표적 방법은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는 국제 캠페인으로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시작됐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탈내연기관을 추진, 전기차 생산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사전행사에서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개발하는 등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순환경제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 5개사(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는 RE100에 참여한다.

SK그룹도 탄소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넷제로(net-zero)’를 언급하는 등 그룹 전체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SK종합화학과 SKC·SK케미칼은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0조 투자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전환에 나섰다.

LG그룹도 탄소중립 의지가 확고하다. LG그룹은 최근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상장사 9곳과 LG에너지솔루션에 ESG위원회 설치했다. LG전자는 ‘탄소중립 2030’을 선언하고,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들 회사는 205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할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탄소중립(Net Zero)을 실현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인 ‘비즈니스 앰비션 포 1.5℃’에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중요한 ‘E’… 갈 길은 멀어

기업들은 이 같은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E’는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탄소 배출을 쉽게 줄일 수 없다. 화석연료를 적게 쓰게 하면 원자력을 더 쓰게 하거나 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 부분도 못 하게 하고 있다”며 “그런 환경 속에서 기업의 ESG 환경을 감당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환경에 대한 것도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을 통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정치적 잣대를 젠데던지, 해결적인 잣대를 들고 기업들을 들볶지는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환경 부분에) 굉장히 준비가 안 된 편이다. 굉장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기업들이 앓는 소리 하고 친기업적인 정권들이 계속 미뤘다”며 “그래서 우리나라 전 세계에서 ‘기후 악당’이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정부 차원에서도 우리가 2050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선언을 대통령이 했는데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 보인다”면서 “앞으로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환경문제가 ESG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외국에서와 기관투자자들의 환경 부분 압박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박 교수는 “EU 같은 경우에는 탄소국경세를 만든다던 지 국가 차원의 압박이 있을 걸 생각해 보면 환경문제가 굉장히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환경 부분을 지금까지 외면했었는데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왔다. 그런데 준비가 너무 안 됐기 때문에 이 부분들이 많은 마찰과 문제를 일으키리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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