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문화단독-특별기고] 고양시 고봉산 성혈 ‘중요 선사유적’
[천지일보-문화단독-특별기고] 고양시 고봉산 성혈 ‘중요 선사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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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산 바위에서 발견된 굼(성혈) ⓒ천지일보 2021.8.31
고봉산 바위에서 발견된 굼(성혈) ⓒ천지일보 2021.8.31

 

얼굴 등 선각 홍산문화 요소도 나와

고구려 성지 많은 와편 산재 기록 입증

문화계… ‘고양시 박물관 건립 필요’

고양시 고봉산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굼(성혈)’에 관한 학계의 조사 작업이 활발하다. 한국역사문화연구회(고문 이재준, 회장 배정임), 월간 글마루취재반, 이은만 고양시 문봉서원장(전 고양시문화원장)과 문화계 인사들이 성지를 답사하다 발견한 이 유적은 우선 5천년 전 고양 가와지 볍씨 유적과 인근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견된 탄현동 구석기 유적에 이은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선사유적으로 이 일대 고대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다음 글은 이 고문의 기고문이다.(편집자 주)

 

국내 큰 규모의 ‘굼’ 유적

고봉산(해발 206m) 중턱 능선 체련 단련장 인근에 있는 10개의 천연 화강암반 각 면과 상면에서 다수 발견된 성혈(이하 ‘굼’)은 최근 학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개 청동기 시기 고인돌이나 선돌에서 보이는 굼은 하천 인근과 평지에 소재하고 있는 데 반해 150m 높은 구릉 암반에서 대규모로 찾아진 것이 특징이다. 구석기 유적이나 신석기시대 집 자리가 해발 150~170m 정도의 구릉에서 많이 찾아진 것을 감안하면 이 유적의 시대적 상한이 올라감을 알 수 있다. 주변을 발굴한다면 시대를 뒷받침 할 유물의 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유적의 굼은 2가지 형태를 보여준다. 암반 상면이나 사람들이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는 것은 크며 부드럽게 만져지고 있다. 그러나 손이 닿지 않은 높은 부분에 있는 굼은 나선문(螺旋紋)이 보이지만 만져보면 거칠다.

일부 학자들이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으로 보는 의견도 있으나 노후된 화강암에는 이런 정연한 구멍이 생기지 않는다. 선사인들이 굼을 만들 때는 특별한 타구(砣具)라는 공구를 써 구멍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선문이 나타나는 것이다. 높은 바위에는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아 거칠게 남은 것이다.

제2바위에 있는 두 개의 큰 굼을 일부 학자들이 6.25 당시 총알을 맞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탄흔의 흔적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구멍의 가장자리가 풍화로 떨어져 나갈 수는 있으나 탄흔은 아니다. 필자는 여러 유적을 답사하면서 6.25 당시 군인들에 의한 총격을 받은 고 비석들을 조사한바 있다. 탄흔의 구멍과 고봉산 큰 굼의 모양은 완전히 다르다.

고봉산 굼은 5천년 풍우를 견딘 유적이다. 많은 굼이 풍화로 손상 되어 일부는 천각으로 남아 원 흔적만을 보이는 곳도 있다. 풍화로 떨어져 나간 흔적이라면 어떻게 저렇게 정연할 수 있는가.

주목되는 선각 그림일 수도

고봉산 굼이 새겨진 암반에는 제1바위를 비롯해 여러 바위에서 그림으로 추정되는 선각이 찾아지고 있다. 굼과 굼을 이은 선 그리고 동물이나 사람의 얼굴모양의 형태가 찾아지고 있다. 고대 신석기시대에는 굼과 굼을 이어 선각하는 것이 유행했다. 이는 신석기 토기인 즐문토기에서도 찾아진다(아래 사진 비교).

 

신석시 시대 즐문토기 '굼'. 안을 들여다 보면 나선문(螺琁紋)이 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왼쪽). 고봉산 바위에서 발견된 굼(성혈)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나선문이 보인다(오른쪽). ⓒ천지일보 2021.9.1
신석시 시대 즐문토기 '굼'. 안을 들여다 보면 나선문(螺琁紋)이 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왼쪽). 고봉산 바위에서 발견된 굼(성혈)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나선문이 보인다(오른쪽). ⓒ천지일보 2021.9.1


이 같은 형태는 지난 76년도 중국 우하량 홍산문화 유적 암반에서 발견된 굼에서도 나타난다. 굼을 눈으로 삼고 가운데는 긴 코를 선각했다. 그러면 밑에 있는 굼은 자연히 입이 되는 것이다. 홍산문화유적에서 발견된 토제 남신상도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고봉산에서 이와 비슷한 남자의 얼굴상이 조사되고 있다. 굼이 두 개 붙어 미간이 좁은 원시인의 눈을 이루고 있으며 선각으로 긴 코를 새겼다. 그리고 홍산문화유적에서 보이는 것처럼 입을 크게 표현한 것이다. 이 모양을 보고 사람의 얼굴이 아닌 달리 어떤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제1암벽에서 찾아진 정연한 굼의 선각은 우하량 홍산문화유적에서 발견되는 네모난 돌의 선각 유물과 같은 형태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아래 사진 비교). 오른쪽은 방형 상자 안에 얼굴을 새기고 왼편으로 나란히 2열로 12개의 굼을 배치했다. 고봉산 선각도 오른쪽은 얼굴상을 이루고 왼쪽에 가로 2열로 10개의 굼을 표시했다. 천각(淺刻)이긴 하나 ‘굼’만은 틀림없다.

 

중국 홍산문화 굼과 인물선각화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31
중국 홍산문화 굼과 인물선각화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31
홍산문화유적 석제인물상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31
홍산문화유적 석제인물상 (제공: 이재준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천지일보 2021.8.31
고봉산 제1바위 암반 굼(성혈) 배열 모습 ⓒ천지일보 2021.8.31
고봉산 제1바위 암반 굼(성혈) 배열 모습 ⓒ천지일보 2021.8.31


돌 서클을 이룬 제사 유적

제1바위에서 동편 밑으로 약 30m 지점에 6개 이상의 큰 암반군이 밀집되어 있는데 여기서도 많은 굼이 확인되고 있다. 큰 암반 주위로 여러 개의 돌이 서클을 이루고 있어 신성한 제단 지역으로 추정된다.

홍산문화유적 연구 권위자인 한국항공대 우실하(역사학) 교수가 이곳을 조사하면서 제사유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제일 가운데 큰 굼을 만들고 짐승을 잡아 피를 흘려보내는 의식장소로 본 것이다. 실지 굼에 쌓인 토사를 치워보기도 했는데 이 안에서 삼국시대 토기 조각이 찾아지기도 했다. 굼에서 혈로를 만들어 바위 밑으로 흐르게 한 것을 확인했다.

이 암반 북면에도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는 선각이 보이나 확실한지는 과학적인 확인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 한국역사문화연구회와 월간 글마루 조사반은 큰 바위 주위에 서클을 이루고 있는 바위 군에서도 굼과 혈로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 지역 전체의 암반에서 제사 유적으로 보이는 굼이 발견되는 것이다.
 

 

고봉산에서 발견된 고구려 와편 ⓒ천지일보 2021.8.31
고봉산에서 발견된 고구려 와편 ⓒ천지일보 2021.8.31


고구려 고봉산성의 중요성

고봉산성은 고구려 22대 안장왕(재위 519∼531년)과 백제 한주미녀의 사랑 설화가 어린 곳이다. 한국역사문화연구회와 원간 글마루가 처음 이 산성을 조사한 것은 고구려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조사반은 목표대로 성지 곳곳에서 다양한 고구려 와편 흔적을 찾았다.

적색의 고구려 와편은 방격자문, 사격자문, 승석문, 선조문등 다양했다. 이들 와편은 중국 고구려 왕도인 국내성 유적이나 오녀산성 등 성지와 임진강 주변 성지, 아차산성, 평택, 원주, 충북 단양지역 고구려 성지에서 수습되는 고구려 와편을 닮고 있다.

많은 양의 와편이 산란하는 것은 안장왕이 고봉산성에서 한주미녀의 도움으로 오곡원 전투(삼국사기 기록)를 승리로 이끈 후 일시 머물렀을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고대 춘향전의 원형이기도 한 한주미녀의 설화는 정절을 생명으로 하는 한국여인의 표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은만 회장은 이를 소재로 한 창극을 준비 중에 있으며 내년 고봉산 축제 때 이를 선뵈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이번 고봉산 선사유적의 발견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벼 농사유적(고양 가와지박물관)과 더불어 한반도가 문화의 시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고봉산 선사유적의 문화재 지정과 1백만 문화시답게 고양박물관을 세우는 일이다.



◆ 글. 이재준

전 충청북도 문화재위원

한국역사문화연구회 고문

1991 대전 둔산 선사유적지 발견. 청주시 오창 구석기 유적 등 다수의 유적 발견.

월간 글마루에 6년간 남한지역 백제, 고구려 성지 유적 답사 글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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