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조선 옷걸이장. 최상단과 최하단의 7개 영기창에는 특히 여백을 작은 원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도면으로 채색분석한 것을 보면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옷걸이장에서는 둥글게 도드라지게 하나하나 조각해서 매우 놀랍다. 500개 가까운 보주들을 공을 들여 조각한 것이다.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영기창에서 화생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보주에서 식물모양들이 화생하기도 한다.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30
조선 옷걸이장. 최상단과 최하단의 7개 영기창에는 특히 여백을 작은 원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도면으로 채색분석한 것을 보면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옷걸이장에서는 둥글게 도드라지게 하나하나 조각해서 매우 놀랍다. 500개 가까운 보주들을 공을 들여 조각한 것이다.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영기창에서 화생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보주에서 식물모양들이 화생하기도 한다.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8.30

채색분석, 문양에 생명력 불어넣는 작업
무릇 모든 문양은 '영기화생'하는 장면
조각·경첩 모두 보주로 이루어져 있어

지난 회를 쓰는 과정에서 마지막 영기창에 대해 쓰는 순간, 거대한 옷걸이장이 바로 맨 밑 부분의 중앙 영기창의 이 보주에서 화생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매우 고양되었다.

“여래가 보주화생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부터였다. 이 큰 진리를 깨닫기 시작하여 돈오점수(頓悟漸修: 별안간 깨닫고는 점점 실천하여 진리를 증명하여 감)하여 목기에 이르기까지 20년이란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무엇이든지 중요한 것을 깨닫기까지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 듣고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다. 목기 연재 마지막 글에서 목기의 보주화생을 만나다니 꿈같은 기적이다.”

제11회의 글을 마치는 순간 그날, 필자의 ‘홈페이지의 학문일기’에 위와 같이 썼다. 이제 고려청자로 되돌아가 고려청자의 보주화생을 다루려 하는 찰나에 고려청자의 본질이 더욱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가.

지난 회에서는 조선 옷걸이장에 대해 단편적으로 다루었다. 사람 키만큼 높은 장 전면 전체를 목각하여 장엄했는데 반하여 그저 바라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전체가 문양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기도 하거니와 한 가지 나무색이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채색분석법으로 채색한다는 것은, 죽어 있는 문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세계 최초로 필자가 개발한 문양 해독법’이다.

경첩의 형태는 보주에서 보주가 생겨나는 모양인데
실제 고려청자에 이런 형태가 많으며 호리병이라 부른다.
즉 조롱박으로 호리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필자의 이론으로는 만병(滿甁)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에게는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조형예술품을 해독하여 주면 따라서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필자의 제자들과 독자들뿐이기 때문이다.

12회에서는 26개의 영기창 안의 문양들을 모두 채색분석하여 각각 제 자리에 재배치하여 보니 옷걸이장이 얼마나 장엄한지 알게 되었다. 지난 반닫이는 장석 문양들이 전체를 장엄했는데 반하여 이 옷걸이장에서는 장석 문양은 경첩뿐이고 전체를 목각하되 투각과 양각 두 가지 방법으로 장엄했다(사진).

‘영기창’이란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창이란 말이다. 이 옷걸이장에는 크고 작은 영기창이 26개가 있으며 그 안에 표현된 조형들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영기화생하는 광경이다. 무릇 모든 문양은 영기화생하는 장면이다. 인류가 창조한 일체의 문양을 이 연재를 통하여 풀어내고 있으니 만일 문양을 모르면 인간의 삶이 참으로 허망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문양이 인류가 창조한 조형예술품의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필자가 그 문양을 세계 최초로 밝히면서 <조형언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내어 문자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를 드러내며 시각적 사상적으로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알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옷걸이장에 있는 영기창의 윤곽 틀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기창은 제1영기싹으로 구성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설명이 복잡하므로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한다.

최상단과 최하단의 7개 영기창에는 특히 여백을 작은 원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도면으로 채색분석한 것을 보면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옷걸이장에서는 둥글게 도드라지게 하나하나 조각해서 매우 놀랍다. 500개 가까운 보주들을 공을 들여 조각한 것이다. 영기문으로 이루어진 영기창에서 화생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보주에서 식물모양들이 화생하기도 한다.

보주가 중요하기에 목가구 만드는 장인은 500개의 보주들을 하나하나 조각했다. 옷걸이 장 맨 밑의 중앙 영기창 안을 투각한 것은 보주에서 제2영기싹이 나오고 그 갈래 사이에서 보주가 나오고 있으나 무량한 보주가 발산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투각한다는 행위는 그 여백에 빼곡한 보주들을 생략함으로서 더욱 광막한 우주의 세계를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영기창이나 투각 기법은 고려청자들에서도 만나게 될 것이니 청자를 다시 다룰 때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고려청자에도 영기창이 많으나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 조선 목가구처럼 고려청자의 본질도 드러낼 수 없으리라.

그다음에 상층의 여닫이에 양쪽에 각각 3개, 하층에 역시 여닫이 양쪽에 모두 각각 2개씩 모두 열 개의 경첩이 있다. 흔히 경첩은 단순한 사각형이 보통인데 여기에서는 조롱박 모양이다. 실제의 조롱박을 보면 똑같아서 조롱박이라 부른다. 그런데 필자는 모든 문양의 형태는 현실에 없다고 했다. 이 형태에는 두 개의 보주가 연이어 있는 것, 즉 보주에서 보주가 생겨나는 것으로 보아야 옷걸이장의 본질이 밝혀진다(그림).

이 옷걸이장에는 조각이나 경첩이나 모두 보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옷걸이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보주이기도 하다. 보주의 형태는 여러 가지인데 원래 보주의 시원은 육면체로부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긴 설명이 필요하므로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경첩의 형태는 보주에서 보주가 생겨나는 모양인데 실제 고려청자에 이런 형태가 많으며 호리병이라 부른다. 즉 조롱박으로 호리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필자의 이론으로는 만병(滿甁)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용어는 이미 있는 것이나 그 의미를 충분히 밝힌 것은 필자다. 즉 모든 고려청자는 만병이다! 보주가 만병의 형태를 띠며 조형예술품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단지 꽃병이라 부르니 아무것도 풀리지 않고 오류가 쌓여갈 뿐이다. 만병으로 경첩으로 삼았으니 옛 장인의 보주라는 조형에 대한 표현 의지가 이리도 높았단 말인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