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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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 기독교인 1만명대

 반기독교 이념 강한 탈레반 

 기독교 개종 죄로 규정해

 샤리아법 따르면 참수까지

“발각되면 살해될 수 있어”

 현지 교인들 두려움 호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은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에서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그들은 기독교인들을 ‘절멸(말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30년 넘게 사역을 이어온 미국의 A선교사는 절규했다. 그는 미군 철수 110일만에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넘어가자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에서 “아프가니스탄에는 아직 많은 지하교회가 있다. 이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다. 기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현지 기독교인들이 대규모 박해 위기에 처해 있다. 탈레반은 철저하게 샤리아법(이슬람 원리주의 법)을 따르는 무장단체로 반기독교 이념이 매우 강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프간 전역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샤리아법에 따르면 아프간 내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무르탓드(이슬람에서 배교한 배교자)’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들의 행위를 ‘릿다’라고 하는데 샤리아에서 ‘릿다’의 처벌은 살해(참수)다. 국제 기독교협회에 따르면 아프간 기독교인은 대략 1만~1만 2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다수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이다.

공식적으로 탈레반이 현지 기독교인들을 공격했다는 발표는 없었지만, 기독교인들은 언제라도 신앙 때문에 살해될 수 있는 일촉즉발 상황에 놓여있다. 실제로 기독교 박해감시단체인 ‘릴리즈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지하교회 네트워크 지도자들은 탈레반에게 ‘당신들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경고의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또 탈레반은 시민들의 휴대전화를 검사하면서 전화기에 성경 어플 등이 발견되면 즉시 죽일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아프가니스탄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지난 25일 카불의 카미드 하르자이 국제공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탈레반은 28일 이틀 전 자살폭탄테러 발생 이후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카불 공항 주변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
아프가니스탄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지난 25일 카불의 카미드 하르자이 국제공항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탈레반은 28일 이틀 전 자살폭탄테러 발생 이후 많은 인파가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카불 공항 주변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 (출처:AP/뉴시스)

릴리스 인터내셔널은 아프간 현지 상황에 대해 “기독교인으로 확인된 이들은 누구나 신앙 때문에 살해될 수 있다”며 “가족에 의한 명예살인이나 배신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아프간이 혼란할 때에도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는 계속됐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즈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은 지난해 세계 기독교 박해 50개국 리스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 리스트가 공개된 때는 탈레반이 아프간 특정 지역만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라 앞으로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오픈도어즈는 이미 탈레반의 기독교 박해가 10배는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간에 남은 대다수 기독교인은 열악한 경제 여건 등으로 아프간을 탈출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실에 현지 기독교인들은 그저 두려움만 호소하고 있다. 아프간의 한 기독교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처한 상황을 알리며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고 좌절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에 남아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면서도 “이 나라의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기독교인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며 “현재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학교에 가거나 여성들이 남성 동반자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고 전했다.

더욱이 아프간 혼란을 틈타 아프간 내부와 주변 국가에 있는 IS, 파키스탄탈레반(TTP),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기독교인을 상대로 무차별 살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냔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독교가 소수인 중동에서는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만행이 이어져 왔다. 일례로 지난 2015년 2월 이슬람국가(IS)는 ‘십자가의 나라에 전하는 피의 메시지’라는 영상을 올려 리비아 등지에서 납치한 21명의 콥트교인을 참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같은 해 4월 소말리아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케냐 가리사 대학 캠퍼스에서 테러를 벌였을 당시에도 무장괴한들은 학생들에게 종교를 물은 뒤 기독교라고 답하면 즉시 총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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