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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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40년 이전에 지구온도가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적색 경보”라며 “화석연료 연소와 삼림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의 목을 조르고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행동을 촉구했다.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최근 10년(2011~2020년) 전 지구 지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했다. 또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50년에 한 번꼴이었던 폭염 발생 빈도도 잦아졌다.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한 요즘 사람들은 산업화 이전 세대보다 10년에 한 번씩 기록적인 폭염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모든 원인이 ‘인간’ 그리고 산업화와 성장 신화에 따른 산업문명에 있음이 더욱 명백해졌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이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근대적 세계관이 도사리고 있다. 도구적 합리주의와 과학기술만능주의 그리고 인간중심주의로 상징되는 근대적 세계관에 기초해 인류가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하고, 생명체를 마음대로 조작하게 됐으며, 정치경제에서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가 됐다. 그리고 이것이 기후위기를 비롯 생태계의 총체적인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번성은 본래의 가치를 지니며,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생명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축소시킬 권리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자연을 통일된 전체로 보고, 인간의 행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도 인간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국한하지 않고, 자연 전체에 어떤 결과를 미치는가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

한마디로 “개체적 자아(self)를 실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러한 자아의 배후에 자연과 함께 하는 더 큰 자아(Self)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낡은 근대적 삶의 양식을 버리고 생태문명적 세계관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생태적 세계관은 세계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유기체론과 구성원들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스템적 사고,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생명중심주의와 생태주의, 인식 주체(인간 또는 정신)와 인식 대상(자연 또는 물질)은 분리될 수 없다는 일원론적 사유와 자원 유한론,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생명과 생태계 보존이 필요하다는 보존주의 같은 새로운 가치 체계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를 인간 전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후재난을 비롯 환경생태 문제를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상위 20% 부유층이 민간 소비의 86%를 차지하며, 하위 20%의 빈민층은 1.3%밖에 소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이 전 세계 에너지의 33%를 소비하고 있고,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선진국 국민들이 세계 재화의 80%를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생태계 파괴를 무조건 인간 전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만일 건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의 인간이 불가피하게 희생돼야 한다면, 아마도 그 대상은 저개발 국가의 민중이거나 소외 받는 계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일정정도 생태계 위기의 원인을 잘못된 사회 구조에서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 과학기술과 부르주아 사회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기계화와 노동의 지나친 전문화, 자원의 거대 기업 집중, 거대 도시의 인구 집중, 생활의 계층화 및 관료화, 이로 인한 불평등과 불공정, 자연과 인간의 대상화 등이 기후위기를 비롯 생태계의 위기를 키운 것이다.

따라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생태계 위기는 통제와 지배라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연계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지배와 억압에서 자유로운 공정사회가 돼야 생태계 위기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생태학자 북친에 따르면, 한 부류의 인간이 다른 부류의 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사회 구조가 바로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동기와 수단이 되는 심리적·물질적 조건을 제공한다고 했다. 따라서 자연에 대한 지배이든 인간에 대한 지배이든 일체의 지배가 없는 사회야말로 기후재난과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의로운 공동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첫걸음이 바로 공정사회 구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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