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제공: 공군) ⓒ천지일보 2021.8.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제공: 공군) ⓒ천지일보 2021.8.26

도착 즉시 코로나19 검사

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신분

‘카불 미라클’ 희망자 전원 이송

버스 투입, 집결지 변경이 결정적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를 도운 아프간인과 그의 가족들을 실은 군 수송기가 파키스탄을 거쳐 26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가족이 탑승한 군 수송기 1대가 한국시간 이날 새벽 4시 53분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해 오후 4시 24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송된 378명, 모두 건강

일단 알려진 391명 모두가 한 비행기에 타지는 못했고, 378명이 입국했다. 나머지 3가족으로 이뤄진 13명은 현재 이슬라마바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후발대로 도착할 전망인데, 아직 출발 시간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송된 아프간인들 가운데 10세 미만 아동이 총 180여명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신생아 3명을 비롯해 모두 출발 직전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아프간인들은 도착 즉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 생활 시설에서 대기한다.

결과 확인 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14일 동안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이후에는 한 달에서 두 달가량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정부는 우선 최장 90일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단기 비자를 발급하지만,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정착할지 아니면 미국·호주·캐나다 등 제3국으로 재이주를 희망하는지도 파악한다.

이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대한민국에서 지내게 된다. 이들은 아프간 현지에서 수년간 한국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PRT)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공군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인 공정통제사(CCT : Combat Control Team)가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의 어린 자녀들을 수송기 탑승 전에 보살피고 있다. (제공: 공군) ⓒ천지일보 2021.8.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공군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인 공정통제사(CCT : Combat Control Team)가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의 어린 자녀들을 수송기 탑승 전에 보살피고 있다. (제공: 공군) ⓒ천지일보 2021.8.26

◆정부, 긴박한 상황에 軍수송기 투입

정부는 당초 외국의 민간 전세기를 투입해 이들을 국내로 이송할 계획이었지만, 이달 15일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면서 민항기 이착륙이 불가해지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계획을 수정해 군 수송기를 투입했다. 작전 ‘디데이’를 24일로 잡았고, 작전명은 ‘미라클(Miracle·기적)’이었다.

앞서 정부는 카타르로 철수했던 대사관 직원 4명을 22일 다시 카불 공항으로 보내 아프간인 조력자들의 카불 공항 진입 등 철수를 지원했다.

현지인들을 태울 군 수송기 3대(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1대, C130J 2대)는 23일 새벽 한국을 출발,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KC330을 파키스탄에 대기시킨 뒤, 24일부터 C130J 2대가 번갈아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며 현지인들을 모두 실어 날랐다.

당시 군용기가 아프간 영공에 진입하는 만큼 이슬람 무장 세력 등의 지대공 미사일 공격이 가장 큰 위협으로 대두됐는데, C130J 투입은 이 같은 이유가 반영됐다. C130J는 한번에 110~130명가량 태울 수 있고, 미사일 회피용 채프와 플레어 발사시스템 등을 갖췄다.

여러 국가가 아프간 협력자는 물론 자국민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부는 군 수송기까지 투입한 치밀한 계획과 미국의 협력 덕분에 한국행을 희망한 협력자를 한 명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제공: 공군) ⓒ천지일보 2021.8.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제공: 공군) ⓒ천지일보 2021.8.26

◆390여명 목숨 건 아프간 탈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를 도운 아프간인과 그의 가족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카불공항 집결 계획이 대사관 직원들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통보됐지만, 탈레반의 검문 강화와 극심한 혼잡 등으로 공항까지의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실제 당시 공항에 집결한 인원은 26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탈레반이 외국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시한을 오는 31일로 못박으면서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카불 공항으로의 접근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고, 결정적 한수였던 버스 투입과 공항 인근 장소로 집결지를 변경하는 안이 나왔다. 버스 대책은 미국이 우방국들에 제시했다. 우방국들이 아프간 내 버스회사와 협상을 통해 조력자들을 카불 지역에서 공항까지 안전하게 데려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들에게 변경된 집결지를 알려야했는데, 아프간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정말 기적적으로 모든 한국행 희망자들과 연락이 닿았다.

정부는 가장 먼저 버스를 확보했고, 집결지에 대기 중이던 조력자 400여명을 버스 6대에 나눠 태우고 카불 공항에 옮겨올 수 있었다. 진입하는 동안에도 탈레반과 미군의 검문 등 긴박한 상황이 있었지만, 미국의 협조로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이송 인원 427명보다 적은 것은 이들이 막판에 국내 잔류나 제3국행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굉장히 효율적으로 움직여서 거의 100% 가깝게 원하는 사람은 다 집결지에 모였다”고 밝혔다.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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