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아랍영화제 포스터(제공: 아랍영화제)
제10회 아랍영화제 포스터(제공: 아랍영화제)

코로나로 7월에서 미뤄져 개최

난민·분쟁·종교 등 다양한 주제

10개국 8편의 대표작 선정 돼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문화, 아랍. 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생겼다. 국내에서 아랍영화제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내달 2일에 개최되는 제10회 아랍영화제는 지난 7월에 개최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일정이 미뤄진 바있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아랍영화제는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며 난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종교 문제 등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아랍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튀니지 여성 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피부를 판 남자’가 선정됐다. ‘피부를 판 남자’는 전쟁과 억압을 피해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온 샘 알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 노동으로 살아가던 샘 알리는 우연히 만난 예술가 제프리에게 피부를 팔라는 제안을 받는다. 이 제안은 등에 비자(VISA) 타투를 새겨 ‘살아있는 예술품’이 돼 유럽을 다니며 전시되는 작품이 되는 것이었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수집가들이 사고파는 예술품이 되는 샘 알리를 통해 시리아 난민의 현실부터 돈이 되는 모든 것을 사고파는 자본주의적 상품화와 인간의 존엄성, 현대 예술의 경계에 대한 질문까지 예리하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았다. 이 영화는 지난 2020년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서 처음 공개돼 오리종티 최우수연기상 등 2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피부를 판 남자 스틸컷(제공: 아랍영화제)
피부를 판 남자 스틸컷(제공: 아랍영화제)

동시대 아랍의 삶을 보여 주는 ‘아라비안 웨이브’ 섹션에서는 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해외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들은 아랍 세계의 현주소와 변화하는 삶의 양상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알제리 출신의 감독 하산 파르하니의 ‘143 사하라 스트리트’는 사하라 사막 가운데 떨어져 있는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 말리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편 다큐멘터리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제리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 감독 아민 나이파의 ‘200미터’는 장벽을 사이에 두고 200미터 거리에 떨어져 사는 한 아버지와 그 가족이 겪는 극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또 레바논 감독 지미 카이루즈의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피아노와 음악을 매개로 생존이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과 자유, 평화와 인간다운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저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성장기 인물을 통해 아랍 사회와 문화를 들여다보는 두 작품이 있다. 수단 감독 암자드 아부 알알라의 ‘너는 스무 살에 죽을 거야’와 모로코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감독 이스마일 파루키의 ‘미카’다. ‘너는 스무 살에 죽을 거야’는 20살에 죽을 거라는 예언 때문에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살아온 청년 ‘무잠밀’을 통해 종교·집단적 규범 속 개인의 자유의지를 탐색했다. ‘미카’ 역시 가난을 벗어나 더 나은 삶을 바라며 도시로 온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빈부 및 계층 격차라는 사회적 이슈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아랍영화제 10주년을 맞이해 ‘10주년 기념 앙코르’를 준비했다. 이 프로그램은 10주년까지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특별전 겸 회고전으로 기존 상영작 중 ‘팩토리 걸’과 ‘비극의 시’ 2편의 영화를 앙코르 상영한다.

143 사하라 스트리트 스틸컷(제공: 아랍영화제)
143 사하라 스트리트 스틸컷(제공: 아랍영화제)

이집트와 아랍 영화계에서 활동을 한 감독 무함마드 칸의 ‘팩토리 걸’은 2013년 작품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의 어긋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빈부와 계층 격차, 여성에 대한 편견의 문제를 이집트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멜로드라마와 뮤지컬의 틀 안에서 표현했다. ‘비극의 시’는 작가와 사진작가도 하고 있는 모로코-이라크계 감독 탈라 하디드의 2014년 작품이다. 인생에서 바라지만 이루지 못한 것을 찾아다니는 탐색과 상실의 정서, 세상에서 제 자리를 찾기 위해 떠도는 삶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으로 2014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2015년 모로코 탕헤르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비평가상을 받았다.

최근 ‘난민’은 우리나라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다.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전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난민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프간 난민에 대해 외교부가 ‘특별공로자’ 자격이라고 설명한 가운데 개최되는 아랍영화제는 우리들과 다르게 살아온 이들의 삶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10회 아랍영화제는 오는 9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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