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체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위헌 소지 논란에도 ‘가짜뉴스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였다. 지난달 27일 문체위법안심사소위원회와 18일 안건조정위에서 잇따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한 데 이어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매듭지었다. 문체위원 16명 중 9명이 범여권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야당이 막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정치권 안팎에서 언론자유의 조종(弔鐘)이 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은 가짜뉴스로부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제한다는 법 취지를 지키는 범위에서 야당과 언론계 의견을 꾸준히 경청했고 여러 요청을 최대한 반영했다면서 오는 25일 본회의까지 잘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현대판 분서갱유로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어 일명 언론징벌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허위‧조작보도의 개념이 모호한 것이다. 재판부 성향에 따라, 정권 성향에 따라 고무줄 잣대가 적용될 우려가 크다. 이미 기존 규제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데도 징벌법을 만들어 이중처벌 소지와 위헌소지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여당이 강행하는 속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보도를 막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서면 언론은 위기를 만난다. 실제 역사를 돌아보면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못 하게 재갈을 물렸고 감시했다. 그런 과거를 딛고 어느 정도 자유로운 보도 환경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어떤 정권보다 진보적이고 민주적이라는 문재인 정부가 가짜뉴스를 빌미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징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전 정부의 헌법질서 파괴를 비난하며 공정한 나라를 외치고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내로남불 행보를 보였다. 또 편가르기로 양극화를 부추기면서 내편 챙기기에 몰두했다. 이제는 언론에 재갈을 물려 자신들에게 불리한 뉴스를 애초에 근절하려 한다. 법안 취지가 좋으니 일단 만들고 차차 고치면 된다는데 그런 문제 덩어리 법안이라면 제대로 고친 후 처리하면 될 일이다. 공룡 여당의 입법독주로 국민의 귀를 막는 악법이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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