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이다. 단지 명성만 높은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그의 칼럼은 여전히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풍부한 이론적 바탕과 맛깔 나는 표현은 말 그대로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압권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문적 식견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치, 사회 등 현실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도 매우 전향적이다. 과거 언론인으로서 활동했던 경력이 나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특히 황 내정자는 정무적 감각도 매우 높은 편이다. 가끔 독설이 나오긴 하지만 시대를 보는 그의 시선은 냉철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있다. 현실에 대한 치열한 성찰의 결과일 것이다. 아마 이러한 강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한 배경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황교익 내정자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먼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황 내정자를 향해 ‘일본 관광공사 사장’에 맞을 사람이라며 ‘보은 인사’로 규정한 대목은 차라리 안하느니 못한 얘기가 돼버렸다. 그 후 격분한 황 내정자의 거친 발언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짐승’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심지어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식의 발언은 과잉이 아니라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용역’을 고용했다거나 대한민국에서 퇴출해야할 ‘정크푸드’ 같은 존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우선 이 대목에서는 황교익 내정자의 거친 표현이 사태를 더 악화시킨 측면이 크다. 명색이 공기업 사장에 내정된 사람이다. 공직자 신분이 될 사람이라면 정치적 표현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황 내정자인들 어찌 화 낼이 없으며, 억울한 마음도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앞으로 자신이 몸담아야 할 경기관광공사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택한 이재명 지사를 위해서라도 공직 후보자로서의 언행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침 대선정국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이재명 지사를 위해서도 할 말을 가리고 또 가렸어야 했다.

이젠 엎질러진 물처럼 보인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황교익 내정자를 향해 쓴 말을 내놓다.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지적한 뒤 상식에 맞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사실상 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 된다. 심지어 이재명 지사 측 캠프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이 지사를 향해 결단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제 공은 이 지사에게 넘어갔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라면 판을 크게 봐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큰 리더의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이 지사에게는 지금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연함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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