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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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급변점, 즉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이다. 티핑(tipping)의 사전적인 의미는 ‘균형을 깨뜨리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티핑’은 균형이 무너지고 이어서 균형을 유지하던 두 세력 중 한 세력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원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이 자신의 논문에서 제시한 ‘티핑 이론’에 나오는 개념이었는데 때로는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들에서 시작될 수 있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기후 티핑 포인트’는 안정적인 상태의 기후 상태에서 급격한 변화를 통해 또다른 안정된 상태로 바뀌게 되는 임계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후시스템이 외부 강제력에 대해 점진적으로 반응하다가 어느 순간 작은 강제력에도 급격하게 변화하는데 이 지점을 기후 티핑 포인트로 정의한다.

지구의 역사 속에서 기후 티핑 포인트를 살펴보면 약 5500만년 전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8도 높았을 때 한 번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으며 지구의 온도는 5~8도 정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1억 2800만년 전 소빙하기로 불리우는 영거드라이아스시기에도 급격한 기후 티핑 포인트가 있었다. 이 시기는 최후 빙하기 이후 지구가 점진적으로 따뜻해지는 시기였다. 그런데, 영거드라이아스 초기에 북반구 지역에서 급격한 온도 하강이 관측됐는데, 수십년 동안 2~6도 기온의 감소가 나타났다. 이 시기에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는 뚜렷한 생태계 변화가 관측됐다. 이 소빙하기가 끝나는 과정에서도 수십년 사이에 지구의 온도가 10도 이상 증가하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었다. 또한 최근 빙하기 동안 급격한 기후 변화가 25번 발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생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지구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티핑 포인트’는 언제쯤일까?

올해 과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불과 9년 뒤인 2030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1.5도는 현재 인류가 2100년까지 넘기지 않도록 한 목표치였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국가들은 2100년까지 2도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가 2018년 48차 IPCC 총회 때부터 1.5도로 목표를 조정했다. 2도도 위험하다는 내용의 보고서 ‘지구온난화 1.5도’가 발표되면서다. 1.5도가 왜 중요하냐면 바로 티핑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티핑 포인트가 1.5도에서 2도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050년에는 지구의 온도가 2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도만 상승해도 작물 재배 체계가 붕괴돼 수천만명이 만성 기아에 직면하고, 해안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또한 도시인구 4억 1000만명이 물부족 상태가 된다. 극단적인 폭염에 노출되는 인구도 4억 2000만명으로 예상된다.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13m 가량 상승한다. 과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 녹아 수십억t의 메탄이 누출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0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메탄 대량 누출은 기온 상승을 가속화한다. 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난 5월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뒤인 2026년까지 1.5도를 돌파할 확률이 40%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면 여름에 북극 해빙이 없어지는 상황을 막고, 아마존 열대 우림을 보존하고, 시베리아 동토가 녹아 메탄이 방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2도 상승하는 경우 세계 육지의 20~30%가 사막이 되지만, 1.5도로 제한하면 그 지역의 3분의 2가 사막화를 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0.5도 기온이 낮다는 것은 덥고 건조하고 이에 따라 식량과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의 위험이 상당히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더 이상 망설일 게 뭐 있을까? 이제 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인류 생존을 위한 시대정신이 됐다. 이것이 누차 강조되고 있는 1.5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이며, 기후재난 극복을 위한 생태문명 전환으로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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