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쪽 성명에 테러 준비과정.다문화주의 비판 남겨
"불충분한 것 보다 많이 죽이는게 낫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노르웨이를 충격에 빠뜨린 연쇄테러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는 범행 전 남긴 성명을 통해 다문화주의와 이슬람을 강력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abc방송 인터넷판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브레이비크는 이번 사건 며칠 전 1천500쪽에 달하는 성명과 그 내용을 요약한 12분 분량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2083: 유럽 독립선언서"라는 제목의 이 성명에는 브레이비크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옮긴 '앤드루 버빅'이라는 서명이 돼 있으며, 노르웨이 경찰은 이 성명을 브레이비크가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목의 '2083'과 관련, 성명 중반부에는 다문화주의와 무슬림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유럽형 내전'을 시기별로 세 단계(1단계:1999~2030년, 2단계:2030~2070년, 3단계:2070~2083년)로 나눠 분석한 내용이 등장한다.

분석에 따르면,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세르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단행한 1999년을 기점으로 1단계와 2단계까지 유럽 각국의 무슬림 인구가 최고 40%까지 증가한다. 이후 3단계인 2070년~2083년에는 무슬림 인구 비율이 최고 50%로 급증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범유럽 쿠데타가 발생, 정치적으로 '문화적 보수주의'가 정착되고 무슬림에 대한 추방이 시작된다.

특히 현 시점인 1단계에는 비밀점조직에 의한 군사적 기습공격이 발생하고 보수세력이 강화된다는 분석도 나와 있어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이처럼 다문화주의와 이슬람 이민자들을 비판한 이 성명은 폭발물 입수 경위 등 테러 준비기간에 대한 내용을 치밀하게 기록한 일기, 폭탄 제조법을 설명한 부분, 그리고 정치적 비판을 담은 부분으로 나뉜다.

성명이 실제로 브레이비크가 작성한 것이라면 이번 노르웨이 연쇄테러는 적어도 지난 2009년 가을부터 계획됐다.

성명에 따르면 "2009년 가을-국면전환"이라는 제목의 기록에는 그가 채소 농장을 시작한 것도 "폭발물이나 비료같은 폭발물 재료를 구입하는 것과 관련해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신뢰할 만한 위장막을 만들어놓기 위해서"라고 적혀 있다.

그는 일단 공격계획을 세웠으면 목표했던만큼의 충격을 이끌어내기 위해 "불충분하게 죽이는 것 보다는 많이 죽이는게 낫다"며 "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목격된 가장 거대한 괴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이번 총격사건 현장이었던 집권 노동당 여름캠프를 거론하면서 행사장에 잠입해 노동당수를 암살하는 계획에 대해 언급했으며, 지난 13일에는 폭파 실험을 성공리에 마친 것으로 기록했다.

성명의 말미에는 "이게 내 마지막 기록이 될 것 같다. 지금은 7월22일 금요일 12(시).51(분)이다"라고 적혀 있다.

성명에는 자유주의와 다문화주의를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와 동일시하며 이 같은 사상이 유럽의 기독교 시민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도 포함돼있다.

그는 그러면서 "대화의 시간은 끝났다. 우리는 평화에 기회를 줬지만, 이제는 무장 저항운동이 도래할 때다"라면서 서유럽 국가의 정치ㆍ군사부문을 통제하고 문화적 보수주의 사상을 심어줄 조직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브레이비크는 이와 함께 성명을 요약한 12분 길이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으나, 나중에 유튜브 측이 이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전 기사단(Knights Templar) 2083"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는 중세 십자군 이미지와 함께 다문화주의와 이슬람을 비판하는 각종 포스터ㆍ사진 패러디물이 나타난다.

또 유엔(UN)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그림과 이슬람식 터번을 두르고 총을 멘 사람이 유럽 대륙을 땅 밑에서 뚫고 올라오는 그림도 있다.

동영상 말미에는 이제 십자군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서 브레이비크 자신이 총기를 들고 정면으로 조준하는 사진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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