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까이 불기소.."통계 건수는 빙산 일각"

(서울=연합뉴스) 최근 군대 내 사건ㆍ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관련 통계에 따르면 병영 내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군 사법당국에 접수된 군대내 남성 간 성범죄는 모두 71건이었다. 한 달에 4건, 일주일에 한 건꼴로 군대에서 성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은 이들 사건 중 절반에 가까운 34건(48%)이 공소권 없음이나 기소유예 등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재판까지 가더라도 7건은 선고유예, 3건은 공소기각됐다. 16건은 집행유예, 5건은 징역형을 받았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24일 "군대에서 발생하는 사안의 특성상 합의가 종용되거나 주변의 암묵적인 압력으로 소를 취하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판에 가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군인간 성범죄는 군인이 저지른 전체 성범죄의 21% 수준이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 265건을 합하면 군인이 저지른 성범죄는 336건으로, 한 달에 약 18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3건(52%)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정식 재판에 부쳐진 사례는 128건(38%)이며 18건(5%)는 약식기소에 그쳤다.

이성간 일어난 사건은 268건(80%), 남성 간 일어난 사건은 68건(20%)이었다.
가해자를 계급별로 나눠보면 병사 213건(64%), 부사관 51건(15%), 상근예비역 37건(11%), 장교 28건(8%), 기타 7건(2%) 등이었다.

부대 영내외에서 일어난 군인 간 성폭력 71건 중 52건이 병사 사이에 일어난 성범죄였다. 6건은 장교, 13건은 부사관이 병사·후임 지휘관을 상대로 저질렀다.

이 중 가해병사의 계급을 살펴보면 병장이 21건, 상병이 22건, 일병이 9건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사례를 분석한 결과 모두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후임병을 괴롭힌 경우였고 이는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또 밀폐된 공간보다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했다는 특징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신고를 통해 통계에 잡힌 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군법무관 출신인 모 변호사는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정식 처벌을 받기보다 다른 명목으로 징계를 받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통계로 잡힌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한 전역자는 "구타는 그나마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성추행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면서 "당시 나까지 '변태'로 찍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현재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부대 성폭력에 관한 전면적인 외부조사는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등을 이용한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전부다.

당시 조사에서는 병사의 24.7%가 군대 내 남성간 성폭력 발생에 대해 듣거나 봤으며 15.4%는 직접 피해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접 경험자의 52.2%는 "혼자서 참고 견뎠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사법당국에 접수된 사례가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 병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담을 통해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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