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본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8.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본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8.17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 지지 재확인

‘자발적 비핵화’ 카자흐 모델 발언엔

전문가 “北향한 우회 메시지 가능성도”

공동성명 채택… 5개 분야 양해각서 체결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국빈 방한 중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7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토카예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을 언급했는데, 북한 비핵화 방법론을 얘기할 때면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라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자주 거론됐던 게 사실이다.

◆토카예프 대통령 “카자흐 비핵화 경험 참고되길”

두 정상은 이날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최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대화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관련국 간 조속한 대화 재개에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에 사의를 표했고, 토카예프 대통령도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이 한반도 비핵화에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은 민족영웅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이나 자원 부국과의 경제 협력이 주를 이뤘지만, 카자흐스탄 비핵화 방식에 관한 발언은 북한을 향한 우회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어 주목할만하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1991년 구소련의 붕괴로 우크라이나·벨라루스와 함께 갑작스레 자국 영토에 배치된 핵무기를 물려받게 됐다. 당시 미국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의 압박을 받게 된 카자흐스탄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핵무기 1000여기와 전략 폭격기 등을 러시아에 넘겼다.

카자흐스탄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오크리지연구소로 이관하기 위한 빌 클린턴 행정부의 ‘사파이어 프로젝트’가 진행된 때도 1994년이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 등 서방국들은 안전보장과 함께 막대한 경제지원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체제 전환을 도왔다. 카자흐스탄식 모델은 ‘자발적’ 비핵화였던 셈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카자흐스탄은 핵 포기를 결단한 후 경제적으로 급성장했다. 결렬되긴 했지만 하노이 당시에도 이 같은 그림도 그려졌던 것 같다”면서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 소식을 접할 텐데, 제재와 재해 등으로 최악의 경제난에 처한 상황인 만큼 북한도 하루 속히 비핵화의 길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본관에서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8.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본관에서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8.17

◆두 정상 “전략적 동반자관계 확대”

토카예프 대통령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한국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과 연계한 국빈 방문으로 개최됐다. 지난 2019년 4월에 이어 2년 4개월만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해 나가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정치,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에서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왔다고 평가했고, 토카예프 대통령은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실질적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대상국이다. 지난 2019년 양국의 교역액은 4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이 신북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며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의 공동번영을 함께 이루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그간의 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보건의료, 우주 등 신산업 분야의 협력을 더욱 넓혀 나가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대응 경험·지식 공유를 통해 감염병 대응에 긴밀히 협력하고, 국제기구를 통해 기후변화 및 산림분야와 같은 글로벌 문제에도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양국의 수교 30년을 기념하기 위한 2022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계기로 활발한 인적·문화적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개최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전략적 동반자관계 확대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성명에는 협력 확대 의지와 함께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의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 재확인, 한·중앙아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두 정상은 ▲기록관리 ▲무역협력 ▲수자원관리 ▲홍범도 장군 묘역 관리 및 지역개발 ▲경제협력위원회 설립 등 5개 분야에 걸친 협력확대 방안을 담은 정부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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