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질' 포스터(제공: NEW)
영화 '인질' 포스터(제공: NEW)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마치 실제 벌어진 일과 같다. 영화배우 황정민이 납치를 당했다는 이 설정은 마치 실시간으로 우리가 뉴스를 전해 듣고 있는 상황처럼 느껴진다.

18일 개봉한 영화 ‘인질’은 영화배우 ‘황정민’이 납치된 내용이다. 실제 배우 ‘황정민’의 이름을 땄고 출연 역시 그가 했다. 마치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듯한 이 영화는 100% 픽션이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브라더” “드루와 드루와~” 등의 유행어는 실제 황정민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로 관객을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든 장치다.

영화는 ‘황정민’이 신작 영화 ‘냉혈한’의 제작보고회부터 시작한다. 제작보고회 후 회식을 가진 황정민은 매니저를 자리에 두고 먼저 집으로 향한다. 평소처럼 집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차 열쇠를 맡기고 나오니 껄렁껄렁한 세 명의 무리가 자신의 차를 마음대로 만지고 있었다. 황정민은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조용히 이야기를 하지만 오히려 황정민을 알아본 이 무리들은 무례하게 팬서비스를 요구한다.

겨우 세 명을 돌려보낸 황정민은 집으로 다시 향하지만 집 앞 골목에서 갑자기 나타난 탑차에 납치를 당한다. 범인은 바로 아까 돌려보낸 무례한 세 명의 무리들. 알 수 없는 공간에서 눈을 뜬 황정민은 몰카(몰래카메라)이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자그마한 희망을 품었지만 납치범들에게 한 대 맞는 순간 느낀다. ‘이건 현실이구나.’

알고 보니 이 납치범들은 최근 발생한 카페 여종업원 납치 사건의 주인공들이었다. 바로 앞에 묶여있는 여종업원인 소연(이유미)이 그 증거였다. 납치범들은 황정민에게 몸값 5억을 요구하고 그는 짧은 순간 기지를 발휘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영화가 아닌 현실. 납치범들은 쉽게 넘어가지 않고 사제 총으로 위협까지 하는 속에서 황정민은 무사히 구출될 수 있을까.

영화 '인질' 스틸컷(제공: NEW)
영화 '인질' 스틸컷(제공: NEW)

영화는 그렇게 묶여있는 ‘황정민’의 얼굴을 통해 긴박함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묶여있는 ‘황정민’을 통해 전달된다. 그래서 이 영화를 연출한 필감성 감독이 황정민을 “상반신만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점찍어 캐스팅한 이유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사실 영화는 ‘황정민’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94분 동안 벌어지는 이 사건 중심 속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의 표정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에서 인질로 잡힌 상실감,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 납치범들을 속이기 위한 연기까지 과연 ‘황정민’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것을 살릴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이 영화 속 현실감을 살린 조연들의 모습도 눈이 간다. 일부러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신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납치범들을 통해 94분의 이야기가 마치 현실과 같이 나타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명품 조연들의 얼굴이 그들에게 있었다면 우리는 영화를 그대로 영화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인들의 얼굴을 통해 우리는 영화가 끝난 순간 알게 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였다는 것을 그리고 저 신인 배우들은 곧 뜰 것이라는 것을.

납치범들의 리더 기완 역을 맡았던 김재범은 무표정한 얼굴에서 무정함이 나타나면서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행동대장격인 동훈 역을 맡은 류경수는 ‘이태원 클라쓰’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에서 보였던 모습과 또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머리를 짧게 밀어버린 모습에서부터 그가 냉혹한 이라는 것을 나타냄과 동시에 광기어린 눈빛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이외에도 스크린에서 처음 얼굴을 보이는 정재원과 이규원은 어수룩한 용태 역과 거구의 영록 역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인질범들 중 유일한 여자인 샛별 역의 이호정은 감정 없는 표정으로 사제 총과 폭탄을 만드는 거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황정민’을 빼고 조금 여태 있었던 액션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황정민’을 지혜롭게 쓴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명대사들을 통해 리얼리티를 살렸고 연기 빼면 시체인 배우 ‘황정민’을 영화 속에서 그대로 실현시켰다. 94분의 다소 짧은 러닝타임일 수 있겠으나 사실 더 늘렸으면 루즈할 뻔했기에 이 또한 감독의 현명함이 나타난다.

여름이라고 하기엔 다소 늦은 8월의 중순. 하지만 아직 더위가 가시기 전에 이 영화를 본다면 손에 땀을 쥐는 액션과 함께 시원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인질' 스틸컷(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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