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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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가칭) 초안을 마련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특별법은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반도체 배터리와 바이오, 미래자동차 등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 국가핵심전략산업 관련 국무총리 소속, 컨트롤 타워도 마련한다. 현재는 관련 기능이 기획재정부(예산)와 산업통상자원부(연구개발), 교육부(인력양상)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에 반도체, 백신, 2차전지 등의 기술인력 등 기술 유출 방지 대책을 넣기로 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시장에서 국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것 역시 국가 핵심전략 기술 육성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핵심전략산업 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일반 산업보다 더욱 엄중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세제 지원과 같은 단순 현금을 챙겨주는 지원법을 넘어 기술인력 관리까지 가능하도록 법이 다루는 범위를 확대한다.

기술 유출 방지책으로 형벌을 강화하고 주요 퇴직 인재가 국내 교육기관에 재취업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인력의 해외 유출을 방지한다. 아울러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보안담당자(CSO)를 대상으로 기술 보호 교육 및 관련 컨설팅을 확대한다.

당초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은 세계 반도체 수급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경쟁력을 가진 2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분야에서 새로운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고, 세계무역기구(WTO)가 특정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기술 패권 시장에서 국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것 역시 국가 핵심전략 기술 육성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공감대가 모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먼저 업계에서는 흩어져 있는 국가핵심전략산업 관련 조직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정책 설립과 실행 등에 있어 기존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흩어져 있는 조직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업계에서는 당초 반도체에만 지원하는 것과 달리 배터리와 바이오, 미래자동차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돼 효과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원을 검토했던 취지와 달리 다른 산업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한 것은 집중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지원 범위만 넓히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계는 알맹이가 빠진 맹탕법안이라고도 주장한다. 재계는 특별법에 국가전략산업에 대헤서는 주52시간제의 예외 인정, 수도권 공장규제 등을 요청했지만 특별법에는 빠졌다.

최근 세계는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핵심 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한 국가의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공급망 허브국가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의 확보와 인력의 유출방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백신, 배터리, 반도체 등 국가핵심전략산업을 다른 일반 산업과 차별해 더 많은 지원을 하고 보다 더 엄중하게 관리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아울러 산업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자금지원보다 구조개혁과 규제혁파가 훨씬 중요하다. 국가전략산업만이라도 탄력근무제 도입, 수도권공장규제 완화, 퇴행적 노사관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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