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러 3자 북핵 협의 전망
전문가 “北도발 차단 의도도”
한미훈련, 16일부터 9일간 진행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북핵협상 실무를 총괄하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김 대표 방한에 맞춰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방한 가능성도 전해지고 있는데, 방한이 성사될 경우 한미러 3자 만남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연합훈련 기간이라는 점에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성김, 21일~24일 방한 가능성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성 김 대표의 한국 방문이 오는 21~24일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교부는 미측과 성 김 대표의 한국 방문 일정을 최종 조율 중으로,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방한이 이뤄질 경우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만에 다시 한국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마르굴로프 러시아 차관도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 대표, 마르굴로프 차관 간 3자 북핵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한미러 간 협의가 성사되면 남북 연락통신선으로 얽힌 남북관계 개선 등 대화 재개 방안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기본 입장은 조건 없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성 김 대표의 방한은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한미 간 공동인식 공동방향을 점검하고, 나아가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성 김 대표는 지난 6월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을 당시 한미,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미훈련 기간 방한 의도는
이와 함께 성 김 대표의 방한이 북한이 최근 비난한 연합훈련 기간 내에 추진돼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이 무력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인지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센터장은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연이어 ‘안보위기’를 운운하며 위협했던 터라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면서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도발이라든지, 부정적인 행동을 억제하려는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13일 이번 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 개시에 맞춰 비난 담화를 낸 데 이어 1년여만에 재개된 연락통신선을 통한 정기 소통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16∼26일 연합지휘소훈련(21-2-CCPT)을 야외 실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실시하고 있다. 한미 연합사령부 주관으로 주말·휴일을 제외한 9일간 진행한다. 군 당국에 따르면 앞서 CMST 기간 중에는 북한으로부터 특이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
한미 간 만남 과정에서 북핵 협의가 이뤄지면 연합훈련과 관련한 북한 반응 등에 대해 대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