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한 주민이 2평 남짓 되는 방안에서 쉬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6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한 주민이 2평 남짓 되는 방안에서 쉬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6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후 기다리다 차안서 숨진채 발견돼

뇌병변 경증장애 30대 남성 옥탑방서 쓸쓸한 죽음 맞아

전문가 “취약 계층 심각성 파악하고 관심 갖는 게 중요”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최근 들어 주거와 소득, 의료, 사회서비스의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 코로나19, 폭염, 빈곤이라는 중첩된 위기 속에 숨을 거두는 이들이 발생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경찰과 사회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 인근 길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50대 남성 김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근처 사우나에서 장기 투숙하던 김씨는 코로나19로 사우나에서 생활하기 어렵게 되면서 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씨의 ‘숙소’였던 낡고 찌그러진 은색 소나타 차량 왼쪽 뒷바퀴 부근에는 먹다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편의점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씻을 곳이 따로 없었던 김씨는 인근 주민센터 화장실을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센터 건물 1층 사무실 근무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일주일에 1~3번 정도는 변기와 세면대가 함께 있는 넓은 칸막이 안에서 씻고 갔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난 6월 김씨를 상담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보통 수급자가 인정되기까지 약 두세 달 걸린다”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염두하고 (김씨에게) 6월과 7월에 긴급생계비를 각 47만원씩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은 또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거주하던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A(37, 남)씨는 옥탑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는 뇌병변 경증장애와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다.

A씨가 살았던 옥탑방의 주인은 “매월 28일이 월세 30만원을 내는 기한인데, 하루가 지나도 월세가 들어오지 않아 집을 찾았다가 A씨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부검 결과 타살 정황은 없었고,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난한 이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비단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고쳐야 하는 ‘총체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 한 주민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6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 한 주민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8.16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빈곤층 사망은) 하나의 문제라기보다 총체적인 부분”이라며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정부와 사회가 팬데믹 상황에서 더 어려워진 취약계층의 심각성을 알고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공약으로 세운 최저임금이라든지 사회복지 예산으로 매년 책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을 현실에 맞게 책정하는 것 등 사회복지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기준중위소득’이 한국사회의 복지기준선이자 수급자들의 생계급여와 직결되는 것이라며 기준중위소득에 대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활동가는 “정부는 기준중위소득을 지난 2019년에 책정된 250만원에서 올해 182만원으로 책정했다”며 “약 70만원 감소한 금액으로 책정하면서 수급자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수급자들의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기준중위소득의 30%까지다. 기준중위소득이 낮아지면 그만큼 수급자들의 최고 수급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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