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리용호 발리서 회담..2년7개월만에 수석대표 공식회동
차기 남북회담 일정 미정..남북-북미대화 병행 용인 시사

(발리=연합뉴스)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22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동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는데 합의했다.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은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北京)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이후 2년7개월만으로,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 개최되는 남북 간 최초의 비핵화 회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위 본부장과 리 부상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각) 발리 웨스틴 호텔에서 만나 북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방안을 놓고 두 시간 동안 회담했다.

리 부상은 회담 직후 내ㆍ외신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9ㆍ19 공동 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발리에 와서 남측 단장(위성락 본부장)을 만났다"면서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담에서는 9ㆍ19 공동성명을 확고히 이행하기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용의들이 표명됐다"고 설명했다.

위 본부장도 기자들과 만나 "회담은 생산적이고 유익한 대화였다"면서 "비핵화 협상 과정을 재개하기 위해 남북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과정을 지속해 6자회담의 여건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도출하거나 차기회담을 개최할지 여부는 합의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회담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해 "우리가 추구해오던 3단계 접근의 중요한 일보가 됐다"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오해가 있었던 부분을 푸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앞으로 차기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릴지에 대해 "딱히 정해지진 않았다"면서 "유용했던 오늘 대화내용을 내부적으로 소화해보고 그 이후 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병행 여부에 대해서도 "유용한 대화과정을 지속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오늘 협의결과를 내부적으로 소화하고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기간 다른 관련국들과도 협의해보겠다"고 말해, 협의결과에 따라 병행을 용인할 뜻임을 시사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는 남측에서 조현동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북핵 실무자 등 5명, 북측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 부국장 등 4명이 배석했다.

북한측은 이에 앞서 리 부상이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로 공식 임명됐음을 우리 측에 알려왔다.

리 부상은 21일 저녁 최 부국장을 포함한 실무대표단을 이끌고 발리에 도착했다.

남북한 간 비핵화 회담이 성사됨에 따라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방안이 강한 탄력을 받으며 교착국면에 놓인 6자회담 재개 흐름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과 북은 23일 ARF 본회의장에서 김성환 외교장관과 박 외상이 비공식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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