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DB

자산시장 연동 세수 상반기만 37조, 작년 대비 76%↑

양도세·상속증여세 등 부동산 세수 증가가 견인

“집값 상승이유 명백히 알수 있을텐데… 세수 의도 의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약 33조원 상당의 세금을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호황 국면에서 부동산 거래·보유 세수가 특히 늘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는 실패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세수 호황을 누리는 아이러니가 연출된 것이다.

16일 기획재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국세수입 실적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걷은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농어촌특별세 등 자산시장과 연동된 국세수입이 상반기에만 36조 7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조 9천억원)보다 15조 8천억원(75.6%)이 급증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걷은 양도세는 18조 3천억원으로 1년 전(11조 1천억)과 비교해 7조 2천억원(64.9%)이나 늘었다. 자산세수 증가분의 절반에 가까운 세수가 양도세에서 나왔다.

양도세는 부동산이나 주식(대주주) 등 자산의 소유권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상반기 양도세수 기반이 되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택매매 거래량은 72만 7천호로 전년 대비 5.0% 증가에 그쳤는데 양도세수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양도차익 규모의 확대, 즉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여파로 해석된다.

양도세율 인상이나 증권 관련 양도세수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상반기 상속증여세는 8조 4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1천억원 대비 4조 3천억원(104.9%)이 늘었다. 故이건희 삼성 회장 관련 상속세 2조 3천억원을 제외하더라도 2조원이 증가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 정책이 자녀에게 부동산 증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풍선효과를 만들어 내면서 증여세수를 큰 폭으로 늘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거래세수 역시 상반기 중 5조 5천억원으로 1년 전 3조 3천억원 대비 2조 2천억원(66.7%)이나 늘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7.28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7.28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증권거래대금이 3811조원으로 1년 전보다 99% 급증한 여파다. 이 같은 영향을 받아 소득세나 취득세, 종합부동산세에 함께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수도 4조 5천억원에 달했다. 1년 전 2조 4천억원 대비 2조 1천억원(87.5%)이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양도세와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농어촌특별세, 종합부동산세로 총 52조 6천억원을 걷은 바 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35조 5천억원 대비 17조 1천억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양도세수는 전년 대비 7조 6천억원 늘어났고, 그뿐 아니라 증권거래세는 4조 3천억원, 상속증여세 2조원, 종합부동산세는 9천억원 각각 늘어난 바 있다.

지난해 부동산·주식시장에서 더 걷은 세금 17조 1천억원과 올해 더 걷은 15조 8천억원을 합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자산시장에서 33조원 가까운 세수를 더 걷은 셈이다.

연말에 걷히는 종부세까지 감안하면 자산세수 증가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자산시장에서 세수 증가를 목표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즉 예상치 못한 부동산·증시 상승으로 뜻밖의 세수 증가 상황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정책이 만든 자산 거품이 의도치 않은 세수 호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세수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공급정책을 보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꽉 묶어놓고, 자연환경 등을 생각해 그린벨트 푸는 것은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공공주택이나 공공개발 등으로 하려고 하니 공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 세력 잡겠다고 세금을 세게 때렸다. 또 다주택자들은 세금을 더 내더라도 집값이 더 오르니 버티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정말 모르던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는 부동산 세수를 올리려는 의도가 아닐지도 의심이 된다”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한데 이를 정말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부동산세수를 올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거나 혹은 부동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적개심을 고취시켜서 집없는 사람들로부터 정치적 표를 생각한 정치적 목적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8일 부동산 공급대책 추진현황 점검차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재개발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8.16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8일 부동산 공급대책 추진현황 점검차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재개발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1.8.16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