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오는 24일까지 펼쳐진다. (사진제공: 탁계석 작사가)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파란 밤하늘엔 둥그런 보름달이 메밀꽃을 더 하얗게 비춘다. 충주댁을 향한 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내는 동이, 그를 보며 꾸짖는 조선달 그리고 동이를 보며 뭉클해 하는 허생원이 핵심 인물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오페라로 돌아왔다.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피날레 작품 <메밀꽃 필 무렵>이 상연되기 전 원작 소설과 오페라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시적 요소가 짙은 원작을 무대에 어떻게 올린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펼쳐진 무대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간을 나타내는 달의 움직임 등 무대 배경은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시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

서정적인 곡 역시 한국 특유의 정서 ‘애틋함’과 ‘그리움’을 잘 대변한다. 장돌뱅이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허생원과 이름 모를 여인의 하룻밤. 그리고 허생원과 동이의 보이지 않지만 끈끈한 정. 이들의 아리아와 합창은 절제된 감정을 나타낸다. 다만 전체적으로 소프라노의 소리 묻힌 점이 아쉽다. 아울러 오페라 발성법에 된소리 발음을 자연스레 녹이는 연구가 시급하다.

오페라의 또 다른 눈요깃거리는 무용과 마당놀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메밀꽃 잎 속에서 벌이는 춤사위는 공연의 드라마틱한 점을 부각시킨다. 첫눈에 반한 그들의 감정,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무용을 통해 드러난다.

오페라의 전경은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의 ‘감각(Sensation)’의 시를 떠올리게 한다. 어느 여름 저녁, 보헤미안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파란 하늘을 걷는 화자의 모습이 꼭 장돌뱅이 허생원을 떠올리게 한다.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은 된소리 발음 등 다소 아쉬운 점이 있으나 창작오페라의 힘을 보이고 있다. 오페라라는 서양식 음악 구조에 한국의 색을 입힌 것만으로도 앞으로 새로운 형태, 독창적인 오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셈이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오는 24일까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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